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천선란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 •007 임솔아 - 해양 설Marine Snow - 새 이야기 - 받아쓰기 기능 - It's Milky - 선 - 텔레미터링 - 모두 다른 괴물 •085 5문 5답 •107 |
천선란의 다른 상품
LIM SOLAH,林率兒
임솔아의 다른 상품
|
그 애도 비슷한 곳에 있어요. 물 안에. 다른 점이라면, 이 렌즈로는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거예요. 그저 내 상상이 아이를 죽이지 않은 채 계속 물속에 둘 뿐이에요. 그 애는 아주 서서히 익사하고 있어요.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중에서 "바다가 얼마나 큰지 알려면 바위가 필요해." 청곡이 말했다. "하지만 바위가 없잖아." 무연이 대답했다. "어. 그러니까 우리는 평생 바다의 크기를 알 수 없는 거지."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중에서 "인간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 "악착같다고 생각해요."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중에서 영화는 촌각을 다룬다. 한 프레임에 압축된 시간을 담는다. 청곡은 시간을 가둔다고 표현했다. 찍으면 그 순간이 영원히 필름에 갇힌다. 그러니 시간을 거스르고 싶다면, 모든 걸 앗아 가는 시간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면 잃고 싶지 않은 대상을 카메라에 담으면 된다.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중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바랐던 인력은 보호사도, 렌즈를 만질 줄 아는 사람도 아닌 우주에 헛된 희망을 느끼지 않는 사람. 그리하여 이들을 선동하지 않을, 빛이 아닌 그림자처럼 있을 사람이 필요했으리라.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중에서 해양 설이 창문에 부딪히는 것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싶다고 생각한다. 무연이 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눈동자가 창문이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샐 것이다. 내 안의 내가 육체 바깥을 향해 손을 푹 찔러보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만 간신히 무연의 손을 잡아볼 테니까. ---「해양 설Marine Snow」중에서 새는 사람만큼 오래 산다 하였는데 우리는 새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니까 그러려면 사람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아야 한다고 의기투합을 한다. 새가 죽고 나면? 빈 새장을 들고서 만나야지. 죽은 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하고 또 할 것이다. 새의 깃털 하나가 어깨 위에 내려앉을 때까지. ---「새 이야기」중에서 죽은 사람은 내가 본 적 없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과 무척 닮아 영정 사진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지.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친구들이 하는 말들을 대부분 놓치고 있다. ---「받아쓰기 기능」중에서 최종적으로 삭제하지 말라는 경고 창이 뜹니다. 혹시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살고 있습니까? ---「선」중에서 20초짜리 노래가 흐르는 동안 나는 버퍼 영역으로 이동된다. 여기에서 20초는 20년과 같다. 핸드폰 액정이 꺼지지 않도록 나는 30초마다 화면을 터치해 준다. 생일축하, 라는 말을 듣기까지 2년 9개월이 걸린다. 사랑하는, 이라는 말을 12년 6개월 만에 듣는다. ---「텔레미터링」중에서 |
|
그 애도 비슷한 곳에 있어요. 물 안에. 다른 점이라면, 이 렌즈로는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거예요. 그저 내 상상이 아이를 죽이지 않은 채 계속 물속에 둘 뿐이에요. 그 애는 아주 서서히 익사하고 있어요.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 중에서 해양 설이 창문에 부딪히는 것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싶다고 생각한다. 무연이 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눈동자가 창문이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샐 것이다. ―「해양 설Marine Snow」 중에서 천선란의 소설과 임솔아의 시는 각자 다른 물속을 들여다본다. 둘 다 손을 쓸 수 없는 자리에 서 있다. 천선란 소설의 주인공 무연은 유족들을 태운 우주선에 올라 그들을 돌본다. 사고를 당한 이주선 한 대가 블랙홀에 붙들려 있고, 그 배 안에서는 사람들이 물에 잠긴 채 아주 느리게 익사하는 중이다. 블랙홀 곁이라 시간이 더디게 흘러 그 죽음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유족들은 매일 망원경 앞에 앉아 그 광경을 들여다보고, 무연은 그 곁에서 렌즈의 초점을 맞춰주며 끝나지 않는 시간을 함께 견딘다. 임솔아의 시편들에도 되돌릴 수 없는 일 앞에 선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연하고, 어딘가 서늘하면서도 다정하다. 이주선에 오르지 못한 화자는 자기처럼 타지 못하고 포기당한 것들을 방에 모아두고는, 그것들이 사랑스럽다고 말한다(「선」). 새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은 새가 죽고 나면 빈 새장을 들고 만나 죽은 새 이야기를 하고 또 하기로 한다(「새 이야기」). 흰꼬리수리가 물어다 쌓은 잔해 속에서 자신이 태어났음을 기억해 낸 또 다른 화자는, 그 집에 알을 낳으려 한다(「모두 다른 괴물」). 잃은 것을 붙잡지도 놓지도 않은 채 그 곁에 머무는 목소리가, 일곱 편 내내 이어진다. 소설은 무연이 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지를 인물과 시간으로 쌓아 올리고, 시는 그 자리에 남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감각으로 보여준다. 구할 수 없는 것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태도가, 소설과 시 양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인 소설과 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