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오늘의책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
심보선
아침달 2025.06.12.
베스트
시/희곡 top20 1주
가격
12,000
10 10,800
크레마머니 최대혜택가?
9,300원
YES포인트?
6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아침달 시집

이 상품의 태그

MD 한마디

오직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고백
심보선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 8년 만에 우리 곁에 돌아왔다. 이번 시편들은 이전보다 더 자전적이면서, 고요한 침묵의 결을 따라 흐른다. 점점 더 짙어지는 어둠을 지나며 시적 화자는 다시금 자신의 영혼을 일으켜 세운다. 그을린 세계 위에 빛의 테두리를 긋는 심보선 시인의 찬란한 고백록.
2025.07.04. 소설/시 PD 김유리

책소개

목차

1부 어떤 삶이 어떤 삶으로부터

쓰지 못했다
삶은 나의 일
섬망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
유린
나타나다
오해 28
엉터리 사랑
북, 꿈
밤 산책
책에 따라 살기
망원
나는 나의 아버지
다정하고 따사로운
몽상가

2부 아니면 반대 아니면 안녕

각자의 개
말들의 정원
말들의 묘지
하나 빼기
빙하기
나의 신은 너의 신이 아니다
키스를 하자
그리고
내가 다시 기도를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골격
풍장 생각
화이트 노이즈

3부 서로의 안녕을 모르는 일

질투는 나의 힘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은 쪽으로
재회
스물
말년의 양식 2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부잣집 아이
나의 얼음 마녀를 떠올리며
세계 시의 날 다음 날
유서체의 전설
문학 공동체
쿠오 바디스 도미네

산문
산책 다녀왔으니 이제 시 쓰자

발문
그을린 감정 속에서 써 내려간 문장들에 부쳐 / 이제니(시인)

저자 소개 1

시인,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경’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5년 만에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2008)를 출간,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출간된 시집들 『눈 앞에 없는 사람』(2011), 『오늘은 잘 모르겠어』(2017)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공인 예술사회학분야의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문화매개전공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인문예술잡지 F》의 편집동인으로 활
시인,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경’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5년 만에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2008)를 출간,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출간된 시집들 『눈 앞에 없는 사람』(2011), 『오늘은 잘 모르겠어』(2017)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공인 예술사회학분야의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문화매개전공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인문예술잡지 F》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 예술비평집 『그을린 예술』(2013),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2019) 등을 썼고, 어빙 고프먼의 『수용소』를 우리말로 옮겼다.

심보선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25*190*20mm
ISBN13
9791194324997

예스24 리뷰

오직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도서1팀 소설/시 김유리 PD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으리란 예언이 현실화 되어가는 2025년, 여전히 ‘시’를 쓰고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이 리뷰를 읽고 있는 당신부터,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조금은 이상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 물어보는 지금, 문학을 시간 들여 읽는 내가 맞는 걸까?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반가운 이름들이 신간 목록에 오르면 어김없이 그 책을 꺼내 든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이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심보선 시인이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는 시인 심보선의 네 번째 시집이 8년 만에 나왔다. 시집 제목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 이 시집은 6월 중순에 나왔으니, 제목부터가 어떤 고백의 형식을 띄고 있다. 시인은 봄에 쓰고자 했던 어느 시를 이제야 우리에게 보여주러 왔다.

시집은 총 3부로 전개된다. 심보선 시인의 기존 시를 생각했다면, 이번 시들은 좀 더 자전적이고, 조금 더 침묵이 흐른다. “읽을수록 더 짙어지는/이상한 책”과 같은 관계 속에서 화자는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맨다. 서로를 오해하고, 자기 자신조차도 자신의 심장을 오해하면서도 사랑을 갈망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듯 우리는 서로에게 영혼의 팔할이기 때문이다. 비록 유실되고, 사라져버린 당신일지라도 그의 삶에서 차마 벼릴 수 없다. 완전한 결별은 죽음뿐이니까.

1, 2부에서 계속 절망적인 산책을 했던 시인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3부에 이르러 편지를 쓴다. 끝나버린 우정 뒤에 찾아온 옛 친구에게, 이국 도서관에서 발견한 13세기 마녀에게, 아픈 누나에게. 부재의 자리는 여전히 선명하지만, “그을린 예술”을 쓰는 시인답게 그는 폐허 속에서도 시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일으켜 세운다. “시인이 되기 위해/홀로 분투”했어야 했던 나날들을 보낸 후, 남은 인생을 “꿈을 읽고 또 읽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어떤 이들은 시가 너무 사적이라 공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이 시집부터 한 시인의 사적인 고백이니까. 그러나 이 고백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증언일 수도 있다. 놀랍게도 산문을 통해 시인은 시를 쓰지 못했던 시간을 겪었다는 것을 털어 놓았다. 그 순간 지나왔던 시의 구절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생존자였음을/우리가 주저앉아 통곡하며/가슴을 치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 시인은 펜을 들었다. 시간이 흐른 뒤, 이 고백들은 어떤 공적 기록보다 깊고 또렷하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오직 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책 속으로

“나는 내가 저지른 죄만 기억한다
나는 내가 모르는 타인일 때에만 선한 인간이다

삶이 내 속에서 말한다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우리는 함께 먼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

나는 침묵 속에서 살아간다
나의 일은 살아가는 것
내가 모르는 먼 곳으로 나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 「삶은 나의 일」 중에서

“우리가 생존자였음을
우리가 주저앉아 통곡하며
가슴을 치던 이곳에서
순한 사람들이 살아남았음을
나중에 기억할 수 있도록

이제 베개를 거둬줘
고요히 아주 고요히
비단결 스치는 소리도 내지 말아줘
어젯밤 꿈속의 악마가
다시는 내 곁에 눕지 못하도록”
--- 「섬망」 중에서

“너는 침묵으로 슬픔을 덮고
그것이 술처럼 무르익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
너는 썼다
영혼을 지닌 이들은
너무 슬픈 나머지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할 수도 있었다”
---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 중에서

“그러니 참 이상도 하지
산다는 것은 오해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나를 오해하고
나는 내 심장을 오해하고
내 심장은 생을 더듬거리며 엇박자로 달린다
오해로 인해 사물과 인간은
아름다움을 하루도 간직하지 못한다
그것은 참 이상하고도 슬픈 일이다”
--- 「오해」 중에서

“나는 걷고 걷는다
어떤 산책은 서너 발자국 만에 잊힌 공포를 되살린다

독자들이여
이 시는 귀향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 시는 사라진 손가락들을 대신해
검은 물로 검은 땅에 새기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시인
오직 먼 곳만을 바라보는 자
대홍수로부터의 생존자
저주가 제일의 책무인 공인이기에”
--- 「망원」 중에서

“이곳은 아름다운 말들의 정원
나의 감각은 검은색에서 멈춰 있다
나의 표정은 하얀색에서 멈춰 있다
하지만 결국 넘쳐나는 사랑의 감정
아니면 반대
아니면 안녕
의미 없는 그림자들은 활기차게 흔들리고
우연한 슬픔은 필연적으로 더 슬퍼지고
나는 숨을 들이쉬고
한번 멈췄다가
다시 숨을 내쉬고”
--- 「말들의 정원」 중에서

“나는 그냥 앉아 있다
나에게도 골격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품격까지는 아니어도
뼈에 약간의 힘만 주어도
골격이라 불리는 것이 나타난다

가끔 밤에 타자기를 두들긴다 그러면
문장들이 직선으로 달려간다
기원에서 출발하여 기적을 향해
아주 단단하고 절실한 골격으로

하루 종일 꽃잎을 밟고 있는 마음
하루 종일 꽃병의 물을 쏟는 마음
그런 병약하고 한심한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 「골격」 중에서

“애썼어요
내가 아팠을 때
이 말을 나에게 해준 사람에게
누나가 나에게
내가 누나에게
누나가 까치에게
큰 새가 작은 새들에게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은 쪽으로
웅크려 눕는 목숨들에게
지금 여기
그리고 영원에게
가녀린 축복을
한없이 가녀린 축복을”
---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은 쪽으로」 중에서

“우리 집 안방은 빛이 좋아 어머니는 참깨 들깨 말리고 TV 보며 스웨덴 실로 뜨개질을 하지 강아지가 밟으면 안 된다 강아지 못 들어오게 해라 그러게 말이에요 이 말썽꾸러기 말 좀 들어라 사룟값이 얼만데 나는 궁금하네 나는 왜 시를 쓰나 왜 이토록 달콤한 인생에 불행의 알갱이를 흩뿌리나 이 삶이 저주라면 저주는 언제 그림자를 거두는가 강아지 또 들어왔다 이놈의 강아지 말썽꾸러기 강아지 이리 오렴 내가 안아줄게 나랑 산책 가자”

--- 「부잣집 아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순한 사람들이 살아남았음을
나중에 기억할 수 있도록”
살아온 날들에게 보내는 절망과 희망의 노래
8년 만에 선보이는 심보선의 신작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심보선의 네 번째 시집.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오늘은 잘 모르겠어』까지 자기만의 속도를 따라 출간한 작품 모두 한국 시단에 무척 중요한 지표가 된 것도 이례적이다. 8년 만에 출간되는 이번 네 번째 시집은, 그동안 사회학자로서 예술과 사회가 얽혀 있는 자리를 세세히 읽고, 시대의 흐름을 그려나가기도 하는 그의 깊어진 시선이 담겼다.

새로운 서정으로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고통과 어둠으로 점철된 세계를 투시하며 인간 존재를 성찰한다. 그가 이야기해 온 ‘그을린 예술’의 실천처럼, 비참한 삶을 저버리지 않고 나아가 한 줄기의 빛을 찾으려는 행보가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록된 시인의 산문에서도 밝히듯,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화하고 침울해했던 시간을 끝끝내 돌파하며, 한순간 생존자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시대적 슬픔을 대신 말하길 그치지 않는다. 반복되는 절망 속에 낯선 희망 하나를 비추며, 살아갈 길의 통로를 열어젖히는 시인의 절실한 음성이 아른거리는 시편들이다.

자신에게 존댓말로 해보는 위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보는 나, 빛의 꽃다발처럼 풍성했던 어느 유년 시절의 풍경에서부터 부재를 처절하게 감각하게 되는 어느 현실까지. 시인의 빛과 어둠은 하나의 존속된 존재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어둠에게 어둠의 할 일을 부여하고, 빛에게 빛의 할 일을 부여하면서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시인의 결연한 태도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시집은, 자전적이면서도 내밀한 고백과도 같은 시들이 주류를 이룬다. 특별히 산문에서 언급하고 시에서도 직접 드러나지만 쓰지 못했던 시간이 쓰지 않는 다른 일로 심부름을 보낸 것은 시인에게 더 깊은 고독을 보게 한 것, 시대에 필요한 삶의 새로운 문법을 익히게 한 것, 말하거나 쓰지 않았던 침묵의 시간에 기대어 살아낸 시간을 증언하게 한 것 들이다. “우리가 생존자였음을/ 우리가 주저앉아 통곡하며/ 가슴을 치던 이곳에서 시인은 그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다시 쓰게 되었다.

“나의 일은 살아가는 것
내가 모르는 먼 곳으로 나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을린 세계에 빛의 테두리 긋기
잿빛 속에서 건네는 약속과 의지의 시

1부에서는 삶의 새로운 주체성을 찾아가는 화자와 그 갈피에 끼어드는 타자 간의 관계성이 두드러진다. “나는 내가 모르는 타인일 때에만 선한 인간이다”(「삶은 나의 일」)라고 이야기하는 화자는 자신에게 속박되어 있던 ‘나’로부터 멀어졌을 때 바라볼 수 있는 삶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 “내가 모르는 먼 곳으로 나를 떠나보내는” 일을 실천하는 동안 시 「섬망」에서는 떠나온 자리의 ‘나’를 돌보며 청유형으로 그 기억들을 위탁하기도 한다. 또한 표제작에서는 ‘너’라는 대상이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 일로부터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었는지 ‘나’의 쓰기로 환원해 “끝 모를 이야기”로 이어간다. “내 몸에 나도 모르는 자국들”(「유린」)을 더듬으며 나를 낯설게 인식할 때 ‘당신’. ‘너’와 같은 타자는 훨씬 더 선명하게 다가와 ‘우리’가 된다. 서로를 업고 달리는 존재, 아무것도 없는 나의 상체에 기대어 있는 당신,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산책 다녀오는 나, 나를 버리고 간 독서광 아빠 등 ‘나’와 ‘타자’의 관계는 미묘하게 어긋나고 서로의 부재 속에 가득 들어차 있는 허상처럼 그려진다. 시인은 ‘나’를 구성하고 있던 나의 바깥까지 호명하며 삶이 작동되어 왔던 방식을 새롭게 이해하고 갱신한다.

2부에서는 나와 타자의 무수한 집합체로서의 ‘우리’를 호명하며 그 속성을 시대적으로 반영하는 시들이 눈에 띈다. “너의 천사는 나의 악마이고/ 나의 천사는 너의 악마이거늘”(「나의 신은 너의 신이 아니거늘」)이라고 선언하는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렬된 것처럼 보이나 서로의 끝에 서서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체로서 ‘우리’를 다시 그린다. 감각의 검은색과 표정의 하얀색이 만드는 대비처럼, 극명하게 다르지만 결국 “머리를 맞대고 잠”(「그리고」)드는 존재이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함께”하는 존재로서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라는 접속사처럼, 시인은 결렬되거나 유실된 관계를 다시 연결하며 삶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만든다. 이것은 심보선이 그동안의 시집에서 끝끝내 해내고야 말았던 낯선 희망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시인이 시 안에서 그리는 정황들은 대체로 무언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거나, 일어난 일 이후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되풀이된다. “이 집에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선물과 유품이 있네요”(「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 미래를 예감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고 “아무도” 태어나거나 죽지 않았다는 무기력한 상태로 모사된 빈 공간의 서사를 메우는 방식으로서의 사유로 시작된다. 거기에는 개인적 일화와 사회적 맥락이 교묘하게 맞닿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말의 반복으로 공명한다. “그냥 앉아 있기만”(「골격」) 하는 무기력하고 별일 없어 보이는 무료한 삶 속에서도 은연히 드러나는 “분노라는 골격”을 나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1부에서 화자가 나를 멀리 떠나보내고 타자로 재구성하여 돌보았던 텅 빈 ‘나’였기에 가능한 ‘나타남’이다. 3부에서는 이러한 나타남의 구체적인 현상을 구체적인 인물과의 일화로 드러내는 시들이 많다. 「재회」에서처럼 끝난 우정 뒤에 찾아온 친구에게, 13세기 이국의 마녀에게, 아픈 누나에게 보내는 답신 같은 시들은 우리에게 머물러 있다 떠난 누군가의 자리를 상기시킨다. “자신의 존재가 분명 어딘가에 다가가는구나 느끼는”(「말년의 양식 2」) 시간성을 시인은 회복의 의지로, 없음과도 함께하는 마음으로 재구성한다. 그리하여 빛이 아른거리는 유년을 지나 절망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주파한다.

그럼에도 결국 돌아와 있는 자리는 “세계 시의 날”의 다음 날처럼, 시 쓰기에 고투하고 부대끼는 존재의 자리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실린 다수의 시는 내란의 소용돌이 가운데 쓰인 것이라”(산문 「산책 다녀왔으니 이제 시 쓰자」)고 이야기할 만큼 요동치는 시국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다면, 삶을 이루는 일들을 과업처럼 수행하지 않는다면, 내 영혼은 외부의 힘에 휩쓸리고 짓눌려 파괴될 것만 같은” 자신과 균열이 일어난 세계를 기민하게 감각하며 이번 시집을 묶었다. 이 모든 것이 ‘살아냄’의 순간이었다면, 함께 살아낸 생존자인 우리들에게, 시인은 그럼에도 불구한 일들, 없지만 나타나는 일들을 시 안에서 실현시키며 주체적인 삶의 뒤척임을 희망으로 전한다. 그을린 예술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시인 이제니의 발문에서처럼 “현실의 불길이 우리를 그을린 재처럼 만들어버릴지라도 예술은 그 잿빛 속에서 작은 불씨를, 희망의 빛을, 끈질기게 찾아내려는 노력”뿐이다. 시인 심보선이 어둠 속에서 뒤척이며 쓴 이 시들은, 우리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 일들, 세상의 혼란이 그것을 덮어버리기 전에 찾아온 것이기도 하다.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모든 봄의 자리에서 읽혀야 할 시집이다. 그는 슬픔과 절망을 견디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그것들과 함께 살아나가는 또 다른 방법을 상상하게 한다. 시대의 상흔을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우리 공동체가 겪은 고통을 그만의 방식으로 증언한다는 것. 인간다움과 연대의 가능성을 공동체의 이름으로 제시한다는 것. 이 시집은 한 시인의 사적인 되새김이자, 시대의 언어이고, 우리가 끝내 붙잡고 싶었던 말들의 생존 기록이기도 하다. 간신히 말이 도착한 자리, 그 자리에 서 있는 그을린 예술로서의 언어의 장소. 말할 수 없는 절망 속에서도 언젠가는 말해야 한다는 다짐, 그리고 그 다짐을 실천에 옮긴 용기의 잔상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걸음의 속도로, 그 걸음의 굳건함으로, 오늘의 위태로운 현실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또다시 돌아올 봄을 향해. 언젠가는 도착할 한 줄기 빛을 향해. - 발문_이제니(시인)

시인의 말

다시는 못 쓸 것 같았다.
다시 쓸 수 있어 기뻤다.
남은 삶
쓸 수 없는 밤과
쓸 수밖에 없는 밤이
서로에게 가없이 다정하기를.

2025년 6월
심보선

리뷰/한줄평11

리뷰

9.6 리뷰 총점

한줄평

10.0 한줄평 총점

클린봇이 부적절한 글을 감지 중입니다.

설정
10,800
1 1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