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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오보에 다모레
좋은 아침 15 티셔츠 16 검은 얼음 17 우유를 따르는 사람 18 이조악기 20 꽃집에 대해서 22 스완지 스티커 24 케이지 26 이유가 있었다 28 우리가 함께 썼던 작은 개 30 새로운 날 32 또 푸른 불이 점화되고 있었다 34 하와이 35 우리가 게임을 36 2부 금붕어는 케이크 전문점 세수 41 금붕어 42 경주 44 금붕어 46 금붕어 47 물살 49 청사로 들어간 사람 50 실생활 52 경험 54 껌과 과일 56 점차 빠른 속도 58 종활 60 짐 62 이전에는 그냥 따라가면 되었다 64 하나와 나사 66 홀케이크 69 3부 푸성귀가 없는 쪽 한 개의 큐브 73 두 개의 큐브 74 화원으로 75 어느 날부터 76 종이집 78 돌담에 있었다 80 도슨트 82 네트 84 계단을 고치면 되었다 86 새가 필요해서 88 버섯이 왔다 90 세 개로 이어지는 큐브 91 휘슬 92 꿈에 95 유리들 96 4부 세검정으로 간다 트랙 101 드라이브 102 리듬 잔치에서 네가 103 빛 없이 있던 것 106 명과집 108 푸드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 109 조제기 110 애니메이션 112 일본장미 113 다회 114 제조기 116 작업 118 말벗 120 화분 121 해설|금붕어 이야기 - 이수명 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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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가 우유를 옮겨요, 지켜봐도 우유를 옮기는 사람이 없는데 우유를 가져다준 적이 없는데, 당신도 환하고 실내도 환하고 당신이 우유를 계속 따라서 그런 거잖아요. 문밖에서 발목이 젖고 우유가 넘치고 우유가 흐르는 골목이 차갑고 당신은 계속 따를 수 있겠어요, 당신의 손이 새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우유를 따르는 사람」 중에서 꽃집에서 우리는 이제 변하지 않는 걸 골라서 시들지 않는 꽃이라면서 신기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 행인들은 이제 시들지 않는 꽃에 관심이 없고 시들지 않는 꽃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데 오래 걸어 도착한 골목에 이르러서 아주 많은 것들 가운데 피어 있다고 말하는 여기서부터 꽃집이었다. ---「꽃집에 대해서」 중에서 열린 빵집을 찾아다닌다. 문을 걸어 잠그고 빵을 굽고 있는 환한 집들을 몇 개 지나친다. 빵을 고르게 될 것이다. 빵을 사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처음 하게 되는 경험. 그러나 소용없는 말은 서로 안 했지. 그래서 우리는 말없이 골목으로 걸어갔다. 누구보다 더 빵을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새로운 날」 중에서 누가 문을 두드린다. 비가 많이 오네요. 이 방에는 열쇠가 많아서 하나 줄 수도 있구나. 손님이 복도 끝으로 걸어가면 이곳에서 나갈 거야. 여기서 하는 일은 그만둘 거야. TV를 끄고 창문을 열어두면 이 방으로도 비가 들이치고 비는 이것 말고도 여러 개가 더 있다. ---「실생활」 중에서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푸른 불이 점화되면 동시에 끈을 놓으려는 거구나. 하지만 줄이든 끈이든 아무거나 붙잡은 사람들이 일순간 손을 놓기란 어려운 거구나. ---「이전에는 그냥 따라가면 되었다」 중에서 가지와 함께 잠든 꿈에서 깨어났을 때 옆에 가지가 있었다. 가지가 조용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지를 보며 말했다. 너도 내 꿈을 꾸니? 가지가 말했다. 가지가 말을 하기도 하는군. ---「꿈에」 중에서 화분이 있다. 창을 열면 이파리가 사납게 흔들리는 화분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분다고 말한다. 어서 창을 닫으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을 보통 여름이나 겨울에 보게 된다. 내 뒤에서 말을 하고 베란다에는 가끔 사람이 보인다. ---「화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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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이동하는 생활을 타고
새로운 리듬에 도착하는 시 2020년 《동아일보》로 등단한 시인 김동균의 첫 시집 등단작 「우유를 따르는 사람」으로 김혜순 시인, 조강석 평론가로부터 “일상을 이야기로 벼리고 여기에 재기를 담아 삶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흔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동균의 첫 시집 『재재소소』가 출간되었다.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이곳저곳 또는 여기저기’라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시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시인의 언어를 따라 생활이라는 반복이 재편된다. 시인의 시에는 과도한 수사나 미문에 기대지 않고 생활의 규칙을 집요하게 관찰한 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리듬으로 변주하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생활이라는 견고했던 흐름을 뒤바꾸는 시인의 존재를 호명하는 방식은 마침내 한 권의 새로운 리듬으로 탄생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5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서로 맞닿아 있지 않지만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번 시집에서 주로 등장하는 일상의 공간들은 장소에 지나지 않고 일련의 ‘사건’처럼 전개되며 새로운 풍경으로 도약한다. 흐름이나 방향, 속도와 같이 눈으로 볼 수 없으나 삶을 구성해온 구두점을 불러와 평면적이던 삶에 높이와 깊이, 부피와 흐름을 부여하며 임체감을 더한다. 시인 김동균이 시를 시작하는 지점에는 어떤 존재에 대한 관찰과 파악, 그리고 그 존재와 함께 드리우는 주변에 대한 헤아림, 그리고 평범한 풍경을 새롭게 뒤바꾸는 작은 속삭임에 대한 귀 기울임에 있다. 생활이라는 틀에 고립되지 않고, 이와 같은 존재들과 함께 시편을 건넌다. 한 편의 시에서 다른 한 편의 시로 가는 간격은 넓지 않다. 김동균 시인의 시집 읽기는 새로운 보폭으로 이어진 징검돌을 건너는 일이 된다. 이 엇박자같이 비틀린 흐름을 느끼며 정형화되었던 생활의 인식을 낯설게 뒤바꾸는 체험이 바로 『재재소소』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잊지 말고 가장 늦게 도착하기로 한다” 실생활에서 종활까지로의 여정 이번 시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어는 ‘도착한다’라는 동사인데, 이는 시인이 시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고 있다는 뜻임과 동시에, 어떤 ‘기다림’을 종결하는 시인의 태도가 담겨 있기도 하다. 베란다, 꽃집, 빵집, 도서관, 방, 산책로, 돌담, 테니스 코트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성을 하나의 시적 사건으로 만드는 데에는 이렇듯 화자의 움직임과 화자가 바라보는 풍경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계단을 고치거나 의자를 옮기는 일, 티셔츠에 그려진 바이크가 쏟아지거나 누군가에게 운동장을 나눠주는 일처럼, 불가능한 일을 아주 쉽고 간단히 다루는 시인의 세밀하고 견고한 시선에서 마침내 우리는 새로운 일상의 흐름에 ‘도착한다’. 머물렀다 금세 떠나기도 하는 푸드트럭, 베란다를 자꾸 서성이는 사람, 도착한 곳에서부터 꽃집이 시작된다고 말하게 되는 거리 등 시작과 끝이 언제나 동반되어 있는 공간성은, 시인이 시의 제목으로도 이야기하는 ‘실생활’과 ‘종활’의 여정을 그리는 데 성공한다. 자유자재로 전복되는 일상의 개념들은 시인의 새로운 리듬을 탄생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 “잊지 말고 가장 늦게 도착하기로 한” 화자가 있었기에 계속해서 겨눌 수 있는 실생활의 풍경이기도 하다. 시인 이수명은 해설 「금붕어 이야기」를 통해 시집에 수록된 세 편의 동명 시 「금붕어」를 각각 존재성, 형식성, 외재성으로 읽어내며 시인의 시집 입구에서 각별하게 헤아려보아도 좋을 이야기를 전한다. “김동균의 세 금붕어 시들은 사실 어떤 진행도, 단계도, 변증법도 아니다. 이 시들이 보여주는 것 같은, 일종의 삼각 편대 안에서 그의 문학은 움직이고 있다. 사물에 대한 깊은 응시와 동행(존재성), 이를 언어로 이동시키는 일(형식성), 언어의 독자적 비행(외재성)이라는 편대 말이다. 우선 사물의 존재성에 대한 이해와 동행은 압축된 페이소스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라고 언급한다. 일상이라는 견고한 반복을 도착하면 다시 떠나게 될지도 모르는 불연속으로 뒤바꾸는 시인의 새로운 리듬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내어줄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갈 수 있으며 또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는 시인의 작은 분주함을 따라 가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