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전후사를 다룬 수많은 책이 있지만, 박만순의 저서들은 고유한 가치가 있다. 20년간 발로 뛰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사례를 발굴, 기록, 취재한 생생한 자료와 사연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념과 전쟁이라는 광풍이 평범한 개인들의 삶을 어떻게 유린하며, 극단적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악할 수 있는지 이 책의 미시사는 서늘하게 경고한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도 생명을 지키는 선택을 한 사람들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의 구차함을 질타한다. 이념을 초월하여 꽃피운 인간애는 희망과 전망을 제시한다.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는 길은 덮고 지나가는 데 있지 않다. 사실과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함께 살아갈 힘을 주어야 한다. 박만순은 긴 세월 한 역할을 묵묵히 해왔고, 이 책은 그 노력의 열매이다. 어떤 역사 교과서보다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책이기에 진심을 담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