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초년병 시절 출입처를 배정받을 때 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은 얘기가 있다. “당신은 회사를 대표하는 기자다. 당신이 곧 언론사다. 이 점을 명심하고 출입처에서 당당하면서도 품위있게 활동하라.”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고 보니 이런 당부 만큼 기자라는 업(業)의 특성을 잘 설명하는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취재활동을 통해 겪는 스트레스와 안팎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회사를 대표하는 부담감, 책임의식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이른바 낙종을 하면 개인적 불찰의 문제가 아니라 나로 인해 소속 언론사 전체의 위상과 권위가 손상됐다는 자괴감, 독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 때 전달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기업이나 금융사 홍보맨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일을 한다. 그들도 회사를 대표해 기자들을 접촉한다. 취재활동을 지원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어디에서 어떤 내부 정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시달린다. 언론사들이 보도하는 기사는 당연히 언론사와 해당 기자 책임이지만, 해당 기업 입장에선 홍보맨들이 그 보도의 경위와 진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인터넷 언론의 범람으로 과거보다 언론사와 취재기자들이 훨씬 많이 늘어난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도 그 책임은 경감되지 않는다. 기자들이 가끔 자신들을 향해 ‘극한 직업’이라고 토로하듯이 홍보맨 역시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요즘 기업 홍보조직이 내부에서 젊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기자 출신 채용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내가 필자를 만난 것은 200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 그룹을 출입하면서다. 철강산업을 담당하진 않았지만, 철강이 자동차의 전방산업이었기 때문에 공급망과 원가경쟁력 차원에서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홍보맨 김경식은 당시 여느 홍보맨들과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기획업무를 병행한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회사 내부 사정 뿐만 아니라 국내외 산업 동향에 무척 밝았고 관련 지식도 풍부했다. 가끔 만나면 공부하고 토론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은퇴한 뒤에도 고철연구소를 설립해 재직기간 중에 익힌 지식과 전문성을 계속 전파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홍보맨들과 확실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자신의 오랜 경험과 식견을 담아낸 책자를 낸다고 하니 반갑고도 흥미롭다.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홍보맨들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대외 업무를 맡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