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출판기획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전집』,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케이크와 맥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헤밍웨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등이 있다.
과거는 끝났다. 죽은 자는 죽은 채로 묻어 두자. 너무 무정한 걸까?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이 동정심과 인간애를 배웠기를 바랐다. 어떤 미래가 그녀의 몫으로 준비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닥쳐오든 밝고 낙천적인 기백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자 갑자기 이유는 알수 없지만 무의식의 심련으로부터 그들이 떠났던 여정이 추억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거예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조차 모를 수도 있 어요. 상대방은 나를 사랑하는데 나는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루함만 느낄 테니까요. "쌍방간의 사랑에 대한 경험이 없어 놔서요. 제게 사랑 은 오직 단수로만 존재합니다.'
"그러기엔 너무 바쁜 사람들이에요. 신경도 쓰지 않는 걸요. 그들은 놀라운 사람들이고 너무나 친절해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 는 장벽이 존재해요.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마치 그들 끼리는 비밀 하나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그들의 삶에 모 든 변화를 가져오지만 난 그것을 공유할 가치가 없는 존재 같아요. 신앙은 아니에요. 더 깊고 더·· ···· 더 중대한 뭔가 예요. 그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을 걷고 있어서 우린 항상 그들에게 이방인이죠. 매일 등뒤로 수녀원 문이 닫힐 때마 다 그들에게 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의 모습에서 사물의 무상함과 애수가 밀려왔다. 모든 것이 흘러갔지만 그것들이 지나간 흔적은 어디에 남아 있단 말인가? 키티는 모든 인류가 저 강물의 물방울들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서로에게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머나먼 타인처럼, 이름 없는 강줄기를 이루어 그렇게 계속 흘러흘러 바다로 가는구 나. 모든 것이 덧없고 아무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때 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 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이 너무나 딱했다.
사랑했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경멸하도록 만 드는, 인간의 가슴에 존재하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 인가? 하지만 워딩턴도 월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했 다. 남자들은 그랬다. 하지만 두 수녀가 월터에게 품은 감 정은 애정에 아주 가까웠다. 그는 여자들에겐 달랐다. 그 에게선 수줍음 속에서도 섬세한 친절함이 풍겨 나왔다.
그들에게서 싫다는 말이 없자 요리사는 샐러 드를 매일 내놓았고 그들은 매일 죽음을 유혹하면서 그것 을 먹었다. 그렇게 위험과 힘겨루기를 하자니 기괴한 느낌 이 들었다. 질병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그것을 먹는 키티의 마음속에는 월터에게 복수하겠다는 악의뿐만 아니 라 자신의 절망적인 두려움을 비웃는 조롱이 도사리고 있 었다.
"그는 당신이 허영심이 많고 비겁하고 이기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내가 내 눈으로 그걸 확인하길 바랐던 거지. 그리고 당신이 다가오는 위험에 산토끼처럼 달아날 것도 알았던 거야. 내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하며 얼마 나 철저하게 속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어 당신이 당신 자 신밖에 사랑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신이 자신의 화를 면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나를 희생시킬 인간 이라는 걸 그 사람은 알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