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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경질적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이름 없는 나무들의 숲은 현실보다는 수채화 그림에 가까웠다. 내 옆에 내 뒤에 서 있는 나무들의 이름은 무얼까? 포플러? 삼나무? 아카시아? 로비니아?나는 떠오르는 대로 아무 이름이나 댔다. 우리 집 아래에 있는 나무들의 이름도 모를 정도로 나는 식물에 무지했다. 내가 나무에 관한 글을 쓴다면 아마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다. 나무의 기둥은 하나같이 고성능 확대경을 통해 보는 듯하고 나와 나무들 사이 의 거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의 규칙은 무언가를 규정하고 싶어 한다. 인간과 현상 사이에 시간과 거리, 감정을 도입해서 이리저리 계산하고 견적을 낸다. 반면 나는 모든 것을 내 몸처럼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잠시나마 내가 잠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발렌티노 공원의 숲, 길들, 프린치페사 이자벨라 다리, 강, 우리 가족과 개가 살고 있는 건물이 그려진 긴 망토를 걸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 몸은 이처럼 무겁고 부풀어 올랐다. 나는 아픈 배와 터질 것 같은 방광을 추스르며 끙끙대고 일어섰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집 열쇠를 꽉 움켜쥐고 개 목걸이로 땅을 치면서 지그재그로 걸어갔다. 나는 나무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포플러? 레바논 삼나무? 알레포 소나무? 아카시아와 로비나아는 어떤 차이가 있나? 말장난, 모든 것이 눈속임이었다. 아마 미래의 땅에선 현상들을 미화하기 위한 용어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신에게 조롱의 웃음을 던지며 잠옷을 위 로올렸다. 그리고 그리고 앉아 나무 기둥 뒤에다 오줌을 누고 똥을 뒀다.나는 지쳤고, 지쳤고, 지쳤다."큰소리로 외쳤지만 목소리는 금방 사그라졌다. 목구멍에서만 울리는 것 같았고 내가 발음하자마자 소멸하여 버렸다. 아주 멀리서 일라리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소리는 희미하게 들렸다.“엄마, 돌아와! 엄마!"불안에 떠는 작은 인간의 목소리였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일라리아가 발코니 난간에서 손으로 확성기를 만들어 소리치는 장면이 선하게 떠올랐다. 아이는 허공에 펼쳐진 길쭉한 난간이 무서웠을 것이다. 밖으로 튕겨 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진심으로 나를 애타게 찾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유가 불 위에서 타버렸거나 모카포트가 폭발했거나 가스가 온 집 안에 찾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왜 서둘러 가야 하지? 아이들에겐 내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아이에대한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 데 말이지, 마리오도 그랬다. 일라 리아와 잔니가 필요하지 않기에 카를라와 살러 간 것이다. 욕망은 잔가지들을 쳐낸다. 어쩌면 쳐내는 일만 한다. 그의 욕망은 우리를 멀리 떠나 끝없는 빙판길로 활주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제 내 욕망 은 바닥으로 향하고 자신을 방치하는 것이었으며 귀머거리가 되어 내 혈관과 대장과 방광 속으로 침몰하는 것이었다. 문득 내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침부터 더운 날씨였 지만 오싹한 돌기가 돋았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발목을 축축하게 적셨다. 오뚝한 귀, 늘어진 혀, 착한 늑대의 눈을 가진 오토가 내 옆에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오토에게 목걸이를 채우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오토가 평소와는 다른 눈빛으로, 아마 슬픈 눈빛으로 겨우겨우 숨을 몰아쉬며 꼼짝 않고 있었지만 내 손은 자꾸 빗나갔다. 마침내 가까스로 녀석의 목을 채운 뒤에 '가자. 가자!'라고 말했다. 고삐를 꽉 쥐고서 녀석의 뒤에 선다면 얼굴과 피부와 발아래 땅에서 뜨거 운 공기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