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라는 말 있잖아? 스스로 자, 손 수, 이룰 성, 집 가. 자기 손으로 집을 이루었다. 그게 딱 아버지 인생이야. 아버지가 스무 살에 빈손으로 서울 올라와서 집도, 건물도, 이 차도, 다 아버지 노력으로 만든 거야.” 보미는 아버지가 검소하고 성실하고 영리한 어른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의 대한민국을 살았던 운 좋은 기성세대라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규제가 촘촘하지 않고 취득, 양도, 보유에 따르는 세금 부담도 거의 없던 시절, 아버지는 투기에 가까운 횟수와 방식으로 부동산을 끊임없이 사고팔았다.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지하철역이 생겼고, 잘 팔리지 않아 애물단지던 아파트 건너편에 백화점이 들어왔고, 시끄러운 것이 유일한 단점이던 아파트 앞 대로가 지하화되었고, 큰 욕심 없이 구입한 빌라 인근에 대규모 디지털단지가 조성되었다. 운도 좋았고 건설 경기가 호황이기도 했다. 이후 빌라를 원룸 건물로 리모델링해 월세를 놓았는데 디지털단지에 젊은 직장인이 많아 공실 한 번 없이 지금까지도 집안의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있다. 아버지에게 집은 뭘까. 아파트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