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순 작가의 『명자의 외출』을 읽다 보면 내면의 밑바닥으로부터 밀려오는 감정의 파고(波高)를 느끼게 된다. ‘명자’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전해오는 인간사의 파고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남편의 성폭력으로 맺게 된 원치 않던 결혼과 자식들은 다원적 욕망의 충족을 위해 ‘명자’를 발버둥 치게 한다. 그로 인한 갈등과 결핍은 넘어야 할, 하지만 끝내 넘지 못할 벽(壁)이 되고, 자존의 문제는 결핍의 빈 공간을 채우고자 하는 허기로 타오른다.
새를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이면 ‘노래’하는 것으로, 부정적이면 ‘우는’ 것으로 들린다. 부정과 긍정, 절망과 소망이 이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 내내 주인공 ‘명자’가 의인화(擬人化)되어 가슴을 저미다, 미소 짓다를 반복한다. ‘명자’가 지난한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가장 행복한 시점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맞이한다. 이는 이을순 작가가 노린 ‘명자의 외출’, 독자와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