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회관 글쓰기 교실에서 만난 인연이 10년을 넘었다.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같이 밥 먹자고 조르듯 말씀하신다. 밥집에 들어가면 아이처럼 정말 조금 드시고, 이것저것 맛있고 좋은 건 다 내 앞으로 내미신다. 선생님의 글도 아이같다. 여전히 엄마를 찾고 할머니를 기다린다. 여든이 넘은 몸과 마음에 어떻게 아이의 그리움과 순진함이 남아 있을까, ‘얼어붙은 입은 언제 녹을까’라는 마지막 문장을 볼 때마다 내 입이 다 얼얼해졌다.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원망하면서 영도대교를 걷는 글은 여든 넘은 삶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다 싶었다. 그 나이에도 이런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다니, 육십 넘은 소설가인 나의 새 희망이다.
선생님은 ‘얼어붙은 입’ 몇 줄로 책을 몇 권이나 낸 소설가의 야코를 죽여놓고는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내 글은 저승에 가져갈 거고, 나는 염라대왕께 글공부를 하다 온 사람이라고 말할 거라고. 그 말이면 어떤 죄업도 다 녹을 것 같다는 표정에 놀라는 순간 내 목덜미에 죽비가 내려치는 기분이었다. 정말 한 개의 단어, 한 줄의 글 외에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그 말은 글 한 줄에 나와 세상이 다 들어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이고 오직 글로써 궁극에 가닿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선생님의 동심과 솔직함, 외로움은 그 간절함의 색(色)인 것이다. 그 이후로 나도 선생님을 스승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