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가 좋아하는 여행은, 멋진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 중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만나는 일’이란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담담히 소개하는 이 책의 어느 곳을 펼쳐도 아름다운 제주가 눈앞에 있고, 어느 줄을 읽어도 오름의 신록이 반짝거리고, 어느 구절을 떠올려도 파도의 흰 물살이 넘실거린다. 거기다가 부부의 티격태격조차 삶의 연륜과 잘 버무려져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남은 페이지가 너무 줄어 일부러 아껴 읽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소소한 즐거움에 동참하여 한달음에 읽어낼 수도 있다. 그런들 대수랴. 이 책은 다시 읽어도 맛이 새롭다.
자, 그럼 이 아름다운 제주살이의 책을 덮고 나서, 이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열흘도 좋고 한 달도 좋다. 당신도 훌훌 털고 지금 당장 집을 떠날 일이다. 사람들은 왜 집을 떠나고 싶어 할까. 이제 대답은 자명해진다. 왜냐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라고 되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