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백화점을 비롯한 은행, 종교인은 물론 의원들까지 띠를 두르고 ‘사랑’한다는 상업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을 쉽게 관견(管見)할 수 있다. 비대한 과자 포장처럼 외형보다는 내용물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참보다는 허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속임수로 병들어 있다는 증거를 암시하고 있다.
화자는 수출대금을 결제하러 바쁜 마음으로 거래은행에 들렀다. 문 앞에서 ‘친절’이란 어깨띠를 두른 행원이 깍듯한 인사로 맞이한다. 그러나 90도로 인사를 하던 행원은 화자가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할 담당 실무자였다. 하지만 업무는 뒷전으로 미룬 채 고객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영혼이 죽은 형식적인 겉치레에 길들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어찌 은행뿐이랴. 우리의 정치현실이나 관공서, 사회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_《월간문학》 게재 수필 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