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여기, 그 어떤 시도도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네의 운명으로부터, 메타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 그리고 동시에 한 걸음 더 현실로 들어가 새로운 대립과 차이다운 차이를 개진하며 비극을 구성해 내는 ‘시인’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병적인 차이의 작용”을 거부하는, 즉 비극을 거부하는 이들을 통째로 ‘현대(동시대, 포스트모던)’로 묶어내 이들과 대립하며 스스로를 비극 작가로, 나아가 ‘한국 문단’이라는 현실적 차원에서 개진되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위치 시키는 시인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다시 한번 다행스럽게 『죽은 것과 산 것』을 읽으며 그 한 사람의 자리에 김정환 시인이 최적임자임을 확인한다. 무엇보다 한국 시단에서 ‘김정환’이라는 이름이 축적하고 획득한 무게감을, 나아가 문학성으로서의 비극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김정환 시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바… 해설 「산 것과 죽은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