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하나가 행성 하나라면 이 지구에는 사람의 수만큼 행성이 산다. 저마다의 지층과 결을 가진 그들이 태양의 빛을 한껏 받으며 자전과 공전을 하는데 이것을 지구인들은 인생 혹은 삶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슬기’로 휘도는 행성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자리에 내리박힌 태양 빛의 결을 살짝 들춰보니 강력범죄 취재를 하던 기자와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인 ‘슬기로운 행성’이 있다. 가스와 먼지로 가득한 우주에서 오롯이 저만의 빛을 내기 위한 혼신의 무늬들이 가득하다. 꼭 제 몸집만큼의 반사광을 내뿜으며 먼저 지구를 떠난 아버지의 행성과도 도킹할 수 있기를, 아팠던 자신의 몸에게도 쉼과 회복의 기운이 머물기를, 아이들에게 조금 더 어엿한 어미일 수 있기를 빌던 시간들이 고스란하다. 그래도 명랑과 꿈과 생기를 잃지 않기 위해 한껏 태양 곁으로 다가든 소행성 이슬기. 언젠가는 헤어졌던 과거의 시간과도 조우할 수 있기를, 조금 더 지구에서 튼튼하게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슬기로운, 아니 슬기다운 행성에서 김태희보다 더 미쁘게 빛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