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모퉁이에서 윤슬을 얹고 헤엄치는 손등이 있다. 이른바 ‘브랜뉴 스위밍클럽’의 실버 회원들이다. 이래저래 주저하며 겨우 클럽의 일원이 되었고, 수경에 김 서릴 틈도 없이 물에 들어서니 노안도 잊게 하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굳었던 관절들이 펴지는 소리가 기포를 따라다닌다. 숨 참는 소리까지도 참으며 팔을 휘저어보지만 어쩐 일인지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뱅뱅 도는 꼴이 꼭 살아온 인생 같기도. 보잘것없던 여기나, 빛나 보이던 거기나 여기저기 훈장처럼 남은 수술 자국들이 ‘같이’ 삐그덕댄다는 것. 차포를 다 떼고 수영복뿐인 이 자리에서 이제야 인간 대 인간으로 평등해진다는 것. 물 안에서 고작 숨을 쉬고 뱉을 따름인데, 어쩌면 모두가 이만큼이었을지 모르는데 꼭 그렇게밖에 지나올 수 없었던가. 상념에 젖을 시간도 없이 강사의 호령에 간신히 몇 번 레인을 왕복하고 벽에 다닥다닥 전복 혹은 따개비들처럼 붙어 제자리뛰기를 하니 이제야 좀 사는 것 같다. 그 맛에 삼례들은 오늘도 스위밍클럽으로 온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나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몇 번이나 남의 레인을 침범했다. 그때마다 삼례들의 기포가 겨우 나를 물 위로 끌어올려주었다. 어쩐지 익숙한 기포였다.
……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