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불행을 명확하게 정의하고자 부단히 애쓰는 우리에게 파블로다니엘은 익명성을 잃은 한 투서를 던진다. 확실히 비관이지만 낙관적인 어투로 삶의 모든 성패를 사랑과 연관 짓는다. 사랑과 삶을 밀접한 관계로 두는 것은 절망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지만, 파블로다니엘의 절망에는 나름의 볼륨이 있다. 미약하지만 빈약하지는 않은 절망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지 않은 채 공생한다. 어떤 패배를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올바르게 무너지는 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나는 그가 텍스트로 새겨 넣은 고독과 사랑과 한 시절의 연인을 실로 목격한 적 있다 자부하고 싶다.
"있지, 내가 후회라는 걸 처음 해봐서 하는 말인데, 진심으로 반성하고 지난날의 과오를 뼈저리게 슬퍼하면 모든 게 제자리 로 돌아오는 거지" 하며 무엇도 없는 납빛 하늘 올려다보고 입을 벌리자 그 안으로 알싸한 눈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_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온통 그 사람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렇듯 두서없는 글을 빚었다. 내가 조금만 더 멋진 사람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아주 조금만 더 사랑에 최적화된 사람이었다면 더는 바랄 것도 없었을 텐데. 어찌 됐든, 앞으로 내 삶에 오기로 예정된 것들 중 좋은 것은 죄다 그 사람에게로 가기를. 내 존재 자체가 행운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 어떻게든 좋은 것들을 잔뜩 긁어모아 그 사
어찌저찌 죽지 않고 지금껏 살아냈지만, 과연 이런 나를 끝까지 품고 가줄 사람이 이 세계에 있을까. 나와 일 년 내내 겨울인 곳으로 가 삶을 꾸릴 사람이.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나누는 안부 전화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내 안쓰러운 영혼이 생명을 다했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해줄 사람이 있을 까. 영원히 아무것도 녹지 않을 거라고, 더는 내가 속절없이 흐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