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불행을 명확하게 정의하고자 부단히 애쓰는 우리에게 파블로다니엘은 익명성을 잃은 한 투서를 던진다. 확실히 비관이지만 낙관적인 어투로 삶의 모든 성패를 사랑과 연관 짓는다. 사랑과 삶을 밀접한 관계로 두는 것은 절망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지만, 파블로다니엘의 절망에는 나름의 볼륨이 있다. 미약하지만 빈약하지는 않은 절망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지 않은 채 공생한다. 어떤 패배를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올바르게 무너지는 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나는 그가 텍스트로 새겨 넣은 고독과 사랑과 한 시절의 연인을 실로 목격한 적 있다 자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