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반핵운동을 해왔지만, 나는 그동안 피폭 노동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했었다. 한때 방사능에 피폭된 원전 노동자의 산재 인정을 위하여 노력해본 적도 있었지만,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꾸준하게 유지하지 못하였다. 또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주변 주민과 전체 일본인의 피폭 상황을 알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정작 가장 심각하게 피폭되고 있을 사후 처리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었다. 믿을 만한 정보를 구할 자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의 회피가 설명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을까? 혹시 이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을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내가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있던 바로 그 문제, 핵발전과 관련하여 가장 고통스러운 이야기인 피폭 노동을 정면으로 다룬다. 나로서는 읽기 시작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한꺼번에 밀어내듯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반성했다. 앞으로는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