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성인이 가족을 동반하고 외국에서 몇 년을 살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착하면 집을 구해야 하고, 계좌를 개설해야 하며,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20대 유학생이라면 혼자서 어떻게든 견뎌 내겠지만, 가족을 동반한 경우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가족들이 행복해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한다.
외국에서 실제로 생활해 보면, 한국에선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다양한 문제와 만나게 된다. 가령 집을 구하려면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고, 은행 계좌를 만들려면 주소가 있어야 한다. 순환오류라는 이 치명적인 난제(!)를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
저자 라조기는 영국 생활 중에 자신이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를 자조적인 유머 코드를 섞어 흥미롭게 소개한다. 직접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를 알려 주고, 이에 대한 쏠쏠한 대처법(답이 없을 때도 많다)을 소개한다. 저자는 제목에 『런던 정착술』이라는 말을 넣었지만, 실제로 이 책은 영국 사회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 보고서에 가깝다. 천연덕스러운 필체로 자신이 겪은 다양한 사건을 늘어놓은 뒤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구성이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다. 국제 뉴스 속에서 접하는 딱딱한 영국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 영국, 나아가 익숙지 않은 다른 공동체의 삶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읽다 보면, “라조기 힘내!”라고 외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