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에서 선형대수나 컴퓨터 과학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오늘날 딥러닝 툴들이 데이터 핵심 포맷으로 사용하는 텐서(Tensor)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그 깊은 수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 텐서에 대한 직관을 얻을 수 있었고, 딥러닝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어진 텍스트, 이미지, 소리, 동영상 등 데이터의 형태에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든 텐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많은 데이터들을 그런 텐서로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어쩌면 우리의 사고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음에 경외심마저 생겨났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과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의학과 의료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 분야는 데이터에 대한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매우 중요하고, 임상 시험을 통해 안정성과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며, 결과에 대한 설명가능성과 모델의 해석 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따지기 때문에, 컴퓨터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매우 보수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발전이 그렇듯이 ‘문제를 특정’했다는 것은 곧 그 문제를 해결할 길로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자의 말과 환자의 신체가 보내는 직간접적인 신호들을 경청하는 것이 의사의 일상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그런 신호들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자동으로 찾아낼 수 있는 도구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도구는 흔히 말하는 “~이 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는 이와 같은 ‘지능 기반 의료’가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본다. 파이토치의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이 책에서도 공교롭게 CT 영상 데이터를 가지고 폐 결절을 진단하는 이야기를 펼치며 내용을 설명한다. 따라서 지능 기반 의료를 준비하는 의료인이나 예비 의료인들에게도 이 책은 파이썬, 파이토치, 텐서, 딥러닝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