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은 성경을 “하나님이 주신 안경”이라 비유했다. 그 안경을 써야만, 흐릿하게만 보이던 창조의 질서와 구속의 이야기가 비로소 또렷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오늘날의 많은 예배와 성경 공부는 각종 명품 안경들을 성찬대 위에 정갈하게 늘어놓고선 ‘참 좋다’며 감탄만 할 뿐, 정작 그것을 쓰고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성경은 낭독되지만, 세상은 여전히 흐릿하고 무의미하게 읽힌다. 이때 크리스토퍼 왓킨은 묻는다. “그래서?”(So what?) 저자는 바로 이 오래된 신앙의 습관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흔든다. 성경이라는 안경을 감상의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직접 착용하여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신학적 장치로 되살려 낸다. 그는 성경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와 문화, 그리고 우리 자신의 실존을 새롭게 읽고 해석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현대의 철학과 정치, 일상과 언어를 복음의 칼날과 은총의 빛 아래서 비틀고, 흔들고, 마치 세례를 주듯 다시 조율해 낸다. 성경의 이야기와 이미지, 패턴이 오늘날의 문화 논쟁에 전복적으로 개입하는 실제 사례들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저자는 ‘성경적 비판 이론’을 통해 지배적 문화 내러티브의 결함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이상, 삶의 깊은 직관’에 얼마나 어긋나는지를 신학적으로 진단하고, 성경이 어떻게 그것을 넘어서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은 단지 성경을 변호하는 변증서가 아니다. 오히려 성경 그 자체가 세상을 분석하고 꿰뚫는 새로운 사유의 도구로 기능한다. 아우구스티누스와 본회퍼, 체스터턴과 리쾨르 등 다양한 전통의 사상가들을 넘나들며, 왓킨스는 양극단 사이에 갇히지 않고, 성경이 제시하는 독창적 통찰 곧 ‘대각선화’의 길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기독교가 너무 익숙해진 이들에게조차 낯설고 신선한 시선으로 복음을 다시 보게 한다. 마치 C. S. 루이스가 “나는 해가 떴다는 사실을 믿듯 기독교를 믿는다”고 고백했듯, 이 책은 성경의 빛으로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칼뱅의 ‘안경’ 비유를 독수리의 시력처럼 예리하게 실천적으로 구현한 드문 역작이다. 성경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는 문화를 깊이 탐구하고 비판할 수 있으며, 그 문화에 무비판적으로 휘둘리거나 흡수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의 눈이 아니라 당신의 시선이, 아니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 자체가 바뀌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