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의 시를 읽는 것은 따스하고도 쓸쓸한 일이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느릿느릿 지나는 바람”을 따라 “시간여행자”로 살아가며 “내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시인이 안내하는 풍광과 사람과의 만남은 그래서 각별하다. 그의 여행을 통한 만남은 일별하는 스침이 아니다. 오래 전 보았던 메콩강을 먼 나라에 와서 다시 만나고 “부겐베리아” 꽃잎같이 환히 웃는 신부의 모습을 “기차는 끊기고 철길만 남은 달랏역”에서 볼 수 있다. 황량함 속의 눈부심이 형용모순 같은 시인의 마음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는 막막하고 흔들리며 병들어가지만 꽃은 피고 “아이의 볼우물”은 그를 여전히 미소 짓게 한다. 그의 시는 지나온 시대의 암담한 순간들을 지켜보면서도 “고맙고 또 고마운” 것을 읽어낼 줄 아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