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 교양 도서 시장에서 현장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와 그 분야의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과학 교양서의 저자들은, 낭만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외국 과학 잡지의 내용을 적당히 각색해 붙이거나, 혹은 방송 강연에서의 유명세를 이용해 책을 파는 과학자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보다 가장 치열하게 식물학의 최전선에서 연구 중인 안희경 박사의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 외국 학자의 번역서도, 과학을 빌미로 사탕발림을 하려는 저술도 아닌, 한국 과학자가 치열하게 현장에서 쓴 과학 교양서로서 찬란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유전법칙을 발견한 멘델은, 평생 완두콩과 조팝나물을 연구한 식물학자였다. 찰스 다윈이 평생 유전의 비밀을 풀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을 때, 멘델은 이미 그 원리를 발견하고도 조용히 수도원장으로 생을 마감했다. 식물이 없었다면, 유전학의 중심 원리도 유전자의 존재도 훨씬 늦게 우리에게 알려졌을지 모른다. “나의 하루는 영하 196도 액체질소를 보온 통에 담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이 한 문장으로 안희경 박사의 책, s『식물이라는 우주』의 가치를 발견한다. 현장의 식물학자들뿐 아니라, 과학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이 읽히길 바란다. 한국에 이런 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