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과학을 전공하면서도 자연스럽다는 말의 다중성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수지 박사가 태클을 걸기 전까지는. 자연스러움이 더 본질적이라는 믿음 속에 사회적 인간의 행동 규범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 정당화하려는 여러 시도는 과연 과학적 타당성이 있는가? 저자는 조목조목 예를 들며 질문을 던진다. 자연과 그 안의 생물권이 내포하는 복잡성에 비해 인간의 시선은 한없이 단순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문화적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아프게 꼬집는다. 진화 인류학자인 저자는 인간과 동물, 여성성과 남성성, 출산과 육아, 인종 문제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서 과학을 빙자한 인간 중심의 사고, 과학으로 포장된 편견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같은 연구 결과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예를 통해,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수정을 거듭하는 열린 과학 정신의 중요성도 일깨워 준다. 인간이 대형 유인원 중 가장 성공적으로 번식한 요인이 출산한 엄마에게 육아를 전담시키지 않고, 부부와 다양한 친족, 그리고 친구가 함께하는 공동 육아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들.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을 집필하며 인간에 대한 당대의 편견에 당당히 맞선 위대한 과학자 찰스 다윈. 그 다윈이 같은 저서에서 피부색이 어두운 인종들과 여성을 하등하다고 평가하며 백인 남성으로서의 편견을 내보인 이야기들 등.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