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나 학원강사의 경우, 미래세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직업 앞에서, 개인적으로 시를 쓰는 정신 팔이의 행위로 말미암아 교육적 성심을 다할 수 없다는 죄의식 앞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심적 가책의 절정에서 시인은 “나에게서 잠깐이나마 시를 지우는 일. 이놈의 시 따위 확, 개한테나 줘 버리는 것”이라는 자기 분노와 성찰의 극단에 이른다. 앞에서 언급한 써먹을 수 없는 문학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폭발한 셈이다. 그렇게 시를 죽이고, 죽어라 강사직에 목매다는 삶, 그런 식으로 고생하며 연명하다가 확 늙어서, 틈틈이 ‘개에게나 줘 버렸던 시를 다시 주워 와’ 더듬어 보는 것, 그것이 시를 쓰는 자의 ‘학원강사로 사는 법’이라는 것이다. 자의식과 성찰의 결속이 빚어 낸 쾌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