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사물과의 대화법이다. 아니 사물로 하여금 시적 화자 대신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 통념을 깨부수고 사물을 적극적인 감성의 틀로 이끌어 내는 작업이다. 또한 사물과 내면의 간격을 조정하여 자신만이 가진 그물을 짜는 것이다. “투명한 새들의 속살을 내다보며 잠들지 못하는 성자”(「새들의 푸른 자국」)는 삶을 겪어봐야 신이 그리신 밑그림에 내 덧칠이 옳은가를 인식하게 된다. 시의 행간에 머문 삶의 궤적들이 사물과 시인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시간을 훔쳐가는 도둑 손에 이끌린 강물”(「길들지 않는 나날」)에서는 먼 바다를 소망하며 흘러가는 강물 또한 도둑맞듯 가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예민한 의식과 상상력으로 사물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시인의 지극함이 시집 편편에 녹아 있다. “불을 켠 듯 이름 하나 환하게 다가”(「물꼬」)오듯 김명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에 꽃등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