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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없는 꽃
신영순 저
걷는사람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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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고양이 울음이 가로등을 켤 시간
추자도
민박
매미 울음이 시작되었다
어둠의 맛
설날 아침
소금독 푸른 들개들
장미
우암산가든 시창작반 뒤풀이
말랑한 허기
겨울 모란
퀘렌시아
누룽지
뒷모습
악어
천국에 핀 꽃

2부 손댈 수 없는 것들
오월
다시 봄날
대성동 65번지 대풍상희 앞
되감기
무조건 정원
은혜의 단비
문밖의 단풍
고향 하늘에 절 두 번
낯선 나무 1
낯선 나무 2
접시꽃
별별벅스에서
오동꽃
왕의 노래
처서

3부 뒷주머니 많은 당신
유월
꽃구경 가자더니
죽순이 도착했다
매화 수첩
바다는 제가 바다인 줄 몰라서
나무는 까치발 들고
시월 어느 날
손 안의 바다
명랑한 계절
봄이 성큼성큼 올라오면
하현달
철새는 날아오고
칸나 밥상
가뭄

4부 눈웃음으로 수국수국 피어나는
하지
휴수동행
가시
J 시인에게
코스모스
휴식
사루비아
불면
무서운 놈
북소리
사막의 봄
우르르 당신
축제
11월

해설
모든 위대한 것들의 고향
―남승원(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고 1994년 월간 [포스트모던] 한국문학예술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늦은 안부』, 『달을 품다』, 『푸른 도서관』을 냈으며, 제6회 청주문학상을 수상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35쪽 | 148g | 125*200*8mm
ISBN13
9791191262742

책 속으로

―젓 담그소 며르치젓 담그소…

충청도 산골에 비린내 수십 톤을

내려놓고 가는 트럭

눈 동그란 멸치보다

뻐꾸기 울음이 포옥 절여지고

그 비린내에 환장한 밤나무들

입맛 잃은 노인들만

마을 정자에 덤덤히 앉아 있다
--- 「추자도」 중에서


기차가 달리던

폐역

제 가시 뽑아

철길 깔고

양 떼를 기다린다

초원이 펼쳐지면

기차가 달려오리라
--- 「장미」 중에서


고양이 울음이 가로등을 켤 시간
―절대 문 열지 마시오
콘크리트가 말랑거릴 때까지

밀가루가 박태기 꽃잎처럼
촘촘히 일어섰다
이스트는 덜그럭대는 기다림을 부풀리는 중

놓친 아침과 깨진 점심 약속을
반죽기에 넣고 버무린다
지금쯤 미동산수목원 잎갈나무는 헐렁한 그늘로
그의 변명을 밀어내고 있을까
--- 「말랑한 허기」 부분


바람이 작약을

징검돌 밟듯 지나간다

천국에 없는 꽃이라고

중얼거리는 그분

뒷모습이다

따라붙는

햇빛 발자국이다

자꾸자꾸 들여다보는

익숙한 필체다

오월 하순

운보의 집

장난치는 하늘 그림에

낙관으로

찍힌 꽃
--- 「천국에 핀 꽃」 중에서


하늘길 뱃길 다 막힌 여기 호주 땅 사무실 한편에 간신히 구한 한국산 북어와 소주를 놓고 친구가 보내 주는 동영상에 따라 절 올립니다 창밖 아버지 좋아하셨던 백설기 같은 흰 뭉게구름을 한 뭉텅 잘라 제상에 올리고 싶네요
여긴 가을철인데 선산엔 아카시꽃이 만발했네요 그 향기 따라 모든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잠드세요 그리고 당신의 별로 잘 찾아가셨다가 이 땅에 소나무로 다시 태어나세요 그래야 선산도 수백 년 지킬 수 있잖아요
흙 한 삽 뿌리지 못한 불효자가 멀리서 절 올립니다

묘소 뒤편 흰옷 입은 아카시꽃들이 한 죽음을 정중히 모시고 산은 고봉의 황토 밥그릇을 내밀고……
--- 「고향 하늘에 절 두 번」 부분


양 팔백스물여섯 마리 양 팔백스물일곱 마리 양 구백여든아홉 마리 양 구백아흔여덟 마리…

잠든 척 스위치를 내려 보지만

별은 다시

반짝반짝 스위치 올린다

--- 「불면」 중에서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시인선 50
신영순 『천국에 없는 꽃』 출간


1994년 월간 《포스트모던》 한국문학예술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영순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천국에 없는 꽃』이 걷는사람 50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신영순 시인은 네 번째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꾸준히 자연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움을 노래해 왔다. 시인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연 속에는 우리가 잊고 살아온 ‘공동체 회복’이라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공간에 대해 남들보다 더욱 깊이 감각하고 사유한다. 그곳은 “비린내 수십 톤을/내려놓고 가는 트럭”을 보면서 “뻐꾸기 울음이 포옥 절여지”(「추자도」)는 곳이고, “매미 울음이 한가득” 고여 있는 “폐허가 녹슨 대문을 닫아걸고/칸나 잎 이슬로 기척이 열리는 곳”(「소금독 푸른 들개들」)이다. 인류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수록 소멸해 가고 있는 풍경의 단면들이다. 시인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시대 속에서 흔들리는 1인의 개인으로서 읊조리듯 세밀한 언어들을 구사한다. 그런 자연의 노래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진정한 ‘인간의 고향’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우리 시의 전통적 측면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는 이 장면”들로 “지금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기준들과 다른 것으로 구성된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해설, 「모든 위대한 것들의 고향」)이야말로 그의 시가 가진 크나큰 환기의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얼굴보다는
서로 등 대고 익숙한 노래로
시대의 허기를 채우곤 해”
사라져 가는 사랑, 머물 곳 없는 마음
풀잎처럼 돋아나 가만히 흔들리는 시


시인이 진정 바라는 것은 사랑의 회복이지만 사랑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시집의 추천사를 쓴 함기석 시인이 “그에게 시는 신의 가슴과 맨발이 만져지는 슬픔의 성지다. 죽음과 삶, 어둠과 빛이 한 몸으로 기록된 봄밤의 매화 수첩이다.”라고 한 것처럼 시인은 스스로를 ‘슬픔의 성지’로 만들어 깊은 내면에서 사랑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독자들을 기꺼이 그 사랑에 동참시킨다. 이를테면 “기차가 달리던//폐역”에서 “제 가시 뽑아//철길”을 깐 상태로 기다리던 장미를 들여다보며 상상 속에서 “초원”을 펼쳐내는가 하면, 그 위로 다가올 “양 떼”(「장미」)를 기다린다. 쓸모없어진 자리에서 새로운 쓸모와 새로운 생명력을 만드는 것이 마치 그의 업이라는 듯이. “나뭇잎이 산을 뒤적여//새의 울음”을 꺼내 오고, “찔레순이 밤새 한 뼘이나 자라나”는 것처럼, 그는 어떤 고통이나 울음도 결국 “초록빛으로 일어선다”(「오월」)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문학평론가 남승원은 “그가 작품을 통해서 주목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소재나 기교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내재되어 있는 현실적 고난의 경험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비롯한다”(해설, 「모든 위대한 것들의 고향」)고 평하면서 이번 시집을 “매일의 위대함이 탄생하는 고향”에 비유한다.


시인의 말

시가 나를 거부한다
낭떠러지다

겨우 소나무 발목만 붙잡았다
아득하다

시 밖으로 훌쩍 뛰어내리자
물방울이 된 시여!

감당한 시간보다
감당해야 할 시간이
아프다
2021년 10월
신영순

추천평

신영순의 시는 칡즙의 시다. 검은 독毒이자 눈물의 상징인 칡즙이 생의 상처고 어둠이라는 점에서 그의 시는 시간 발효액이자 기억 추출물이다. 그는 생이라는 울음 항아리를 끌어안고 그 깊은 속을 응시하는 시인이다. 유년의 옛집, 고인이 된 가족들과 보낸 시간들은 가슴 아픈 회한의 정서를 낳는 주요 발원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떠나고 아린 추억만 남아 바람과 볕에 마르는 소금 항아리는 시인의 내면성이 보존된 사물이자 자아다. 폐역에서 제 몸의 가시를 철길로 삼고 봄 기차를 기다리는 장미 또한 시인의 초상이다. 그의 시 속 많은 풍경들이 사람살이의 고됨과 속울음을 이면에 품고 있다. 하현달은 한국전쟁 때 죽은 아우의 허기를 환기시키는 뼈아픈 대리물이고 하지 감자는 어둠 속에서 땅이 기르는 바위다. 몽골, 필리핀, 페루 등 낯선 땅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역의 사람들 눈빛에서도 시인은 사람살이의 허기와 곤궁함을 놓치지 않는다. 그에게 시는 신의 가슴과 맨발이 만져지는 슬픔의 성지다. 죽음과 삶, 어둠과 빛이 한 몸으로 기록된 봄밤의 매화 수첩이다. 시인의 아픈 살에 다시 매화가 피리라.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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