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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국내작가 인문/사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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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국내작가 인문/사회 저자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 중국선수단 취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중국 보도와 연을 맺으며 살고 있다. 대만 한교(韓僑)소학교에서 공부한 게 중화권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홍콩 특파원과 두 차례의 베이징 특파원 등 현지를 살필 행운도 가졌다.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0년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극비 방중을 특종 보도해 ‘한국기자대상’ 및 ‘최병우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현재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및 차이나랩 대표로 있다. 저서로 『바람난 노처녀 중국』(2003), 『2035 황제의 길』(2018), 역서로 첸치천 전 중국 부총리의 회고록인 『열 가지 외교 이야기(外交十記)』(200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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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은이를 처음 만난 건 1990년대 말 중국 베이징이었다. 짧지 않은 기간 그와의 인연은 간단없이 이어졌다. 그는 늘 무언가를 배우는 학인(學人)의 모습이었고, 언제나 형형한 눈빛을 뿜어냈다. 그래서 내 마음속 그의 별호는 ‘형형거사(炯炯居士)’다. 그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폈다. 풍광을 즐기거나 역사 유적을 찾는 여느 여행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았다. 몇 달 또는 몇 년을 그 나라에 살며 언어와 문화를 익혔다. 아울러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에 대한 그 자신의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세속의 일을 쫓는 걸 업으로 삼고 있는 나로선 그런 그의 행태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귀에 거슬리는 말 또한 적지 않게 했다. 이제 와 보니 유한한 물질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내가 무한한 정신계를 추구하는 그에게 이러쿵저러쿵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가 이번에 자신의 공부 일단락을 책으로 펴내게 됐다고 전했을 때 무척 기뻤다. 사자성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이다. 한데 여기에 역사적 인물을 얹어 새로움을 더했다. 그리고 매 글의 뒤에는 자신의 통찰을 조심스럽게 보탰다. 수줍은 듯 나지막하게 전하는 그의 말에는 사색이 담긴 울림이 있다. 그의 공부가 계속 이어지고 그의 공부를 엿볼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게 된다.
  • 우선 이 책의 구성이 눈길을 끈다. 크게 세 부분으로 고대 중국의 병법서 『손자(孫子)』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적을 알고(知彼) 나를 알면(知己)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百戰不殆).”에 따라 내용을 나눴다. 올해 84세의 저자가 레이건 정부에서 시작해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오바마 정권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대중 업무에 종사한 미 외교관 출신임을 고려하면 ‘적’은 중국, ‘나’는 미국이다. 즉 미국의 대중 필승 전략을 설파한 것이다. 제1 파트 ‘적을 알라’에서 저자는 중국 공산당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세력이 점진적 강압을 통해 자유세계를 천천히 해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전쟁이 아닌 기술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의 우월한 힘 장악을 통해 중국 주도의 질서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어지는 제2 파트 ‘나를 알면’에선 저자 특유의 신랄한 화법이 번득인다. 닉슨 전 미 대통령은 생전 인터뷰에서 중국을 가리켜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저자는 미국에서 누가 이 ‘프랑켄슈타인 만들기’에 나섰나 문제를 따진다. 얼마 전 타계한 키신저 박사가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저자는 ‘중국의 고대 문명에 사로잡혀 이상해진’ 키신저가 중국에 양보를 거듭했다고 꼬집는다. 그는 주한 미군 감축을 약속하는가 하면 닉슨에게 마오쩌둥을 황제처럼 대하라고 조언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중국의 책임을 묻긴 고사하고 중국 지도자 비판 자제에 애를 썼다. 결국 키신저 협회처럼 베이징에 있는 친구 몇 명을 소개해 주고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새로운 매판 계급이 미국에 생겨났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건가? 제3 파트 ‘백전불태’에서 저자는 먼저 상호주의를 강조한다. 뉴욕타임스가 중국에서 배포될 수 없는데 왜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에서 유통되나? 공급망 전환도 필요하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유지는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또 미 상장기업과 같은 수준의 감사를 받지 않은 미 거래소 상장 중국 기업은 모두 상장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 공산당은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레닌주의 정당으로 항상 투쟁을 앞세운다는 점을 잊지 말자는 말과 함께 말이다. 글로벌 정치경제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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