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아픈 사람들을 떠올렸고 그들에게 몹시 미안해졌다. 나의 무지와 무관심을 뉘우치면서 사과의 표시로 이 책을 보내주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계속 읽어갈수록 이 책은 점점 누군가가 내게 보낸 선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는데도) 한 문장 한 문장에 공감하면서 어느새 깊은 위로를 받고 있었다. 사실 아픈 사람이 깨닫는 진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이다. 우리가 각자의 몸 안에 고립되어 있다는 것, 내가 느끼는 고통을 너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 너는 내가 아니라는 것.
아름답고 음악적인 책이다. 한 단어 한 단어가 음표처럼 정확하다. 어떤 장은 명랑하고 어떤 장은 쓸쓸하지만, 모두가 하나의 주제를 변주하며 물 흐르듯 나아간다. 중간에 덮기 어려우니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다면 펼치지 않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