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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우
국내작가 문학가
출생지
경상북도 영주
작가이미지
채상우
국내작가 문학가
경북 영주 출생이다. 2003년 계간 [시작]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멜랑콜리』, 『리튬』, 『필』이 있다.

작가의 전체작품

작가의 추천

  • 오금님 시인은 말을 참 능숙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부린다. 예컨대 「조바심 조림」을 보라. 시인은 ‘생선’ 대신 “조바심”을 졸인다. “조바심” 중에서도 “작고 단단한 조마조마”를 졸인다. “작고 단단한 조마조마”는 입안에 넣고 굴리면 시인의 말처럼 정말 “쫄깃”하다. 그리고 “안절부절”도 “느긋함”도 또 “애간장”도 “조바심 조림”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들이다. 이에 비해 “안 될 거야는 쓴맛이 나니 넣”어선 안 된다. “조바심 조림”이 거의 완성될 때쯤엔 “별거 아니네를 한 방울 떨어뜨려 살살 버무려”야 한다. 이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떨리는 두 손 마주 잡”고 끝까지 차분하게 졸여야 한다. “자, 이제 불을 끄고 뚜껑 열면, 꿀맛”이다. 흰밥 한 그릇을 가져다 “조바심 조림”을 얼른 한입 먹어 보고 싶지 않은가. 물론 “조바심 조림”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어림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딱 하나로 한정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당장 소망하는 바일 수도 있고, 꼭 이루고 싶은 사랑일 수도 있고, 인생 전체를 가리킬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이든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애면글면 졸여야 겨우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시는 이런 면에서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세다. 독자는 자신이 겪어 온 이런저런 일들을 이 시에 대입해 볼 것이고 그리하여 지나온 생을 다시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숨짓고 부끄러워하고 애달파하고 기뻐하고 때로는 울지도 모른다. 시가 하는 일이란 이런 게 아닐까. 독자가 시에 자신을 스스로 밀어 넣어 자신의 생을 다시 살게끔 하는 것 말이다. 오금님 시인의 시들은 이런 점에서 탁월하다. 그 연원으로 “한자리에서” “초원 한가운데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저 “응고롱고로 나무”처럼 일생을 오롯이 견인(堅忍)해 온 시인의 나날을 떠올리는 일은 안타깝지만 온당할 것이다(「응고롱고로 나무처럼」). 이런 맥락에서 이 시집은 그 전체가 ‘시’라는 “아슬아슬한 비밀”을(「비밀은 거짓말을 포함한다」) 생성하고 유지하는 능동적 헌신의 드라마다. 결국 오금님 시인의 시들은 어떤 한 문장을 향해 집결하고 있는데, 그 문장은 “한번 문 시를 놓지 않을 뿐”이다(「발톱을 숨기고」). 시에서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고 그러다 앉아서 조는 사람, 졸다가 깨서 밥을 차리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사람, 종일토록 아무런 연락이 없던 하루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빨래를 걷고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 혹시나 당신이 남긴 말이 있을까 싶어 시집을 펼치는 사람, 외롭다는 말마다 밑줄을 긋는 사람, 드라마를 보는 사람, 푸른 새벽까지 꽃대처럼 서서 안개 속에 젖어 있는 사람, 아버지처럼 떨어진 단추를 다는 사람, 이별을 위해 대구탕을 아까부터 끓이는 사람, 명절이면 문 닫은 음식점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 한식 뷔페에 미역국이 있으면 오늘이 생일인 사람 내일도 생일인 사람, 푸고 남은 찌개 뚜껑을 조금 열어 놓는 사람, 밥 먹는 동안 찌개 냄새가 방 안에 고루 퍼지게 그래서 이 집은 아직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 언제부턴가 시작된 바람의 상처를 꽃이라 부르는 사람, 비가 오면 시를 쓰는 사람, 시를 쓰면 비가 오는데 자꾸 오는데 비가 오면 자꾸 시를 쓰는 사람, 비 내리는 소리를 비 받는 소리로 옮겨 적는 사람, 빗소리 속에서 창문을 열어 놓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하는 사람, 빈 교실에 앉아 혼자 읽는 사람, 퇴직 신청서를 쓰는 사람, 저녁이면 목이 한없이 길어지는 사람, 저기 저 버스에서 당신이 내렸으면 잠시 바라보다가 집으로 걸어 들어갔으면 밥 짓는 냄새가 다가오고 또 그렇게 밤이 왔으면, 오십 년 만에 씨앗을 심는 사람 그리고 편지를 쓰는 사람, 그렇게 오래도록 곤고한 사람, 외로운 사람, 투박한 사람, 불편한 사람, 한없이 착한 사람, 착하고 아픈 사람, 착하고 아프고 서투른 사람, 진짜여서 서투른 사람, 진짜여서 운명처럼 기적처럼 시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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