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누가 만든 세상일까요. 표본실 유리 서랍 안에 박제된 것 같은 이 삶을 당신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좋아하는 일은 돈이 되지 않습니다. 살기 위해서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을 하다 보면 아름다움과 멀어집니다. 눈부신 흰빛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그러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였어요. 미안해요. 나 혼자라면 괜찮겠지만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을까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은 척 눈에 띄지 말고 살면 될까요. 여러 마리의 새가 한 마리의 새를 뜯어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 가슴이 뜯겨 나가는 것 같아요. 차라리 기계처럼 살고 싶습니다. 부품을 교체하면 다시 되살아나는 기계처럼. 하지만 사람이니까, 우리는 이 연약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니까. 기계와 금속이 나의 일부처럼 대신 울어 줍니다. 그런 게 고마워요. 눈이 오고 있네요. 밤의 운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의 종이접기를 도와주려고 합니다. 희미한 구원을 기다립니다. 아니, 존재의 돌연변이를 기다린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까요. 눈과 함께 내 몸에 쌓여 가는 이 아름다운 희고 흰 빛들. 이 도시를 살아가는 나는 그럼에도 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