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한병수 목사님과는 8년 전 담임목사와 성도라는 관계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매주 주일 설교를 통해 깊이 새겼던 목사님의 말씀을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목사님은 설교를 준비하실 때 늘 원문을 찾아 다시 번역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 과정에서 놓치게 된 의미는 없는지, 단어의 어원과 반복 사용 여부, 문장의 능동/수동태, 어순까지 꼼꼼하게 살피셨습니다. 이러한 강해 설교는 비록 진도는 더디게 진행되었지만, 말씀을 세심하게 읽고 묵상하는 귀한 훈련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쓰신 『에스더서에 반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어에는 드러나지 않은 단수형과 복수형의 미묘한 차이, 동사가 현재분사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읽어낼 수 있는 반복성과 지속성 등을 파악하면 말씀의 깊이가 더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잘 짜인 문학 작품으로 에스더서를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됩니다. 왕비 와스디의 폐위는 에스더의 왕비 책봉으로, 아하수에로 왕의 잠 못 들던 밤은 모르드개의 공로 발견으로 절묘하게 연결됩니다. 모르드개를 없애려던 하만의 악한 계획이 도리어 하만을 몰락하게 만드는 기막힌 반전이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어떠한 인기척도 없이 우연들의 교향곡으로 응답해 주”시며, “인간의 악은 자신이 만든 경로를 따라 돌아오”게 됨을 배웁니다.
목사님은 설교하실 때 당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시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가끔 설교를 준비하며 느끼셨던 감정들—가슴 뭉클함이나 눈물—을 나누실 때가 있습니다. 성도로서 그 감동의 깊이를 함께 느껴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책 속에는 어김없이 그러한 목사님의 감동의 흔적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졸업생이 찾아왔습니다.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인생 고민을 나누길래 슬그머니 전도를 해 보았습니다. 그 제자의 말이 자신은 성경에 나오는 초현실적인 사건들을 믿을 수 없어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하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졸업생에게 에스더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나님도 등장하지 않고 초현실적 기적도 나타나지 않는 에스더서. 잘 짜인 문학작품같이 이야기 속에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에스더서에 반하다』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나타난 것과 감추어진 것으로 양분해서 살펴볼 수 있는 안목, 우연 속에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