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베이지색 애플 II와 첫만남이 기억난다. 책상에 얌전히 놓인 베이지색 키보드 일체형 본체 위에 모노크롬 모니터가 놓여 있었고, 화면에는 프롬프트가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듯이 말없이 깜박거리던 모습 말이다. 어린 마음에 저 속에 과연 무엇이 숨어있길래 소리도 내고 그림도 그리고 게임(?)도 가능했는지 너무나도 궁금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컴퓨터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도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요즘 나온 최신형 컴퓨터와 비교하자면 CPU, 메모리, 그래픽과 비디오, 저장장치, I/O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지만, 당시에 상상력 하나만은 끝없이 증폭이 가능하게 해줬기에 과거의 영광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애호가의 마음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이 이 책은 애플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철저히 소비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둔 애플 하드웨어의 탄생, IT 역사상 엔지니어링의 성공 사례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워즈니악의 애플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개발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개인용 컴퓨터를 비즈니스의 동반자로 만들어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프레드시트인 '비지캘크', 가정용 컴퓨터로 급속한 확산을 이끌어낸 게임인 '미스테리 하우스', 소프트웨어의 확산과 불법 복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만든 복제 방지 해제 유틸리티인 '록스미스', 가정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 '프린터샵'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바꾼 당시 업계의 흐름을 바꾼 선도적인 소프트웨어 이야기로 이어진다.
가장 마지막 에필로그에도 나오지만, 이 책은 과거는 반드시 존중받고, 인정받고, 기억되며, 보존돼야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책이다. 하루가 멀게 바뀌는 기술적인 변화 앞에서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때로는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 생각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역사의 흐름을 읽고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훌륭한 참고서라고 생각한다. 애플 컴퓨터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