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우의 『기념스템프를 조심하라』는 뜻밖에 우리 삶에서 있을지 모르는 ‘문득’, ‘만약’이라는 부사어를 떨치지 못하고 작품의 서사를 따라가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람보르기니 차주 ‘강비’와 보름의 약혼자 ‘해든’이 자본주의 가장 윗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강비는 자본으로, 해든은 의사라는 직업으로. 보름은 풀밭을 매면서 ‘악의 없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와 ‘교양과 배려를 앞세워서 타인의 행동을 제어하고 소리 없이 추궁하’고 ‘은근히 간섭하면서 사고와 행동을 획일화’ 하는 가진 자의 문화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별하고 차별하는 상징적 폭력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나는 즐거운가? 즐겁지 않은가?’ ‘몹시 즐거운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고 독백한다. 이 말의 의미가 여운이 길다. 『기념스템프를 조심하라』는 여운 긴 작품으로 많은 독자에게 기억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