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에 올라온 해녀의 가쁜 숨소리에서 자맥질하여 닿았던 밑바닥의 형상을 언어로 그리려는 시집이 『숨비소리』이다. 박종국 시인은 모든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아래 나무, 돌, 매미, 잠자리 등 여러 모습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그 모습에서 죽은 나무에 보석같이 핀 눈꽃을, 삶과 삶의 바깥을, 인식과 인식 바깥을, ‘나’와 ‘나’의 바깥을 동시에 보려는 그의 마음을 읽게 된다. 삶의 이편에 존재하는 언어로 어떻게 바깥을 말할 수 있나. 자주 출몰하는 동어반복과 이율배반의 언어는 그가 자주 묻는 누구, 당신, 그것, 무엇의 정체를 특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들의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사랑 아닌 사랑, 소리 없는 소리가 쉬지 않고 변화하며 ‘나’가 아닌 ‘나’의 목소리를 타고 독자의 마음을 더듬는다. 『숨비소리』는 현대시사에서 감각 하나하나에 존재의 궁극을 묻는 드문 예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