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쌍둥이 아빠로서 박동욱 선생의 이 글이 참으로 반갑다. 다정다감한 유안이 아빠 박 선생님은 갈수록 가족 향한 진한 사랑에 빠져가며 옛글을 정성스레 읽고 촉촉한 글을 쓴다. 아들 아빠인 그가 이번에는 딸을 향한 아빠들의 옛 시를 거두어 영롱한 책을 만드는 중인데 왠지 딸 아빠인 나 같은 사람들을 내심 혼내려는 듯도 하다.
딸을 낳아 기르고 시집을 보내고, 그 딸이 엄마가 되고 친정을 찾아오고, 만났다가 생이별하고 어쩌다가 사별하는 그 과정에서, 수백 년 전 우리의 옛 아빠들 가슴속은 정말 어떠했을까? 시를 한 잎 한 잎 모아 한 땀 한 땀 짜가는 저자의 손길을 따라 우리는,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아버지들의 음성과 속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거야말로 참 멋진 아빠들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18세기의 예술가 이광사가 국경 유지에서 서울의 어린 딸에게 보낸 시를 뭉클하게 좋아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울지 말아라 우리 딸! 두만강 겨울바람 속에서 흐느끼며 그는 생의 마지막 편지라는 심정으로 딸에게 시 편지를 보내왔다. 딸이 볼을 비비던 촉감과 소반에 손수 올린 앵두의 선명한 빛깔, 딸이 곁에 머물던 찬란한 시절이 왜 모든 것을 상실할 듯한 그 순간에서야 아른거렸을까? 이광사의 딸은 우리 가슴속에 흘러왔던 딸의 실루엣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