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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설 : 심익운의 비극적 삼과 영론한 슬픔의 시학 『백일시집』의 서문 오언고시 칠언고시 가곡 오언율시 칠언율시 오언절구 칠언절구 색인 |
沈翊雲
金東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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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기러기 소리는 그래도 들을만해도
새벽녘 기러기 소리는 차마 듣기 어렵구나. 져가는 새벽별 너머로 처절히 울며 날고 외로운 달 주변을 울부짖으며 떠나가네. 쌍쌍이 무리지어 새벽길을 서두르는 듯 일제히 줄을 지어 추위를 하소연하는 듯. 이럴 때는 독수공방하는 아낙네들도 이불을 끌어안고 잠을 이루지 못하나니, 기러기 소리 한 가닥에 눈물이 한 줄기 눈물 흘러 베개 머리에 샘물이 괴듯. 부질없이 새벽 기러기만 원망할 뿐 집 떠난 그 사람을 한(恨)하지 못하네. 暮尙可聽 曉那堪聞 淸切落星外 孤月邊 雙雙若催曙 一一如訴寒 此時空閨女 抱衾不成眠 一聲一垂淚 淚作枕上泉 空自怨曉 不敢恨征人 집사람이 양식이 떨어졌다고 알려주는데, 나한테 생계를 마련하게 해보려는 뜻이라서 이 시를 지어 보여주었다 家人告粮絶 意欲使余營生 作此以示 나는 본래 서울에서 나고 자라 어려서부터 세상 물정을 알지 못했네. 다만 집에 양식이 있는 줄만 생각했지 옷과 식량 나오는 곳을 어찌 알았으랴 어떤 일에도 좋아하는 것 없었으나 좋아하는 것은 오직 글뿐이었네. 가만히 옛 현인의 풍모를 사모하여 훌륭한 친구들을 불러 모았고, 부질없이 천고의 한을 품고서는 늘 삼대(三代)의 뜻을 간직했었네. 어쩌다가 대궐의 적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는 세상에서 버림받는 꼴이 되어,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해마다 거처를 옮겨야 하는 처지가 될 줄이야. 시골에 있자니 농사의 괜찮음도 알게 되었고 강가에 살자니 뱃일의 이로움을 깨닫게 되었으나 부끄럽게도 내 재주가 별거 없어 농사와 뱃일에 비해 나은 게 없구나. 아내는 양식이 떨어졌다고 말하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작은 일이 아니네. 농사꾼이 된 것도 이미 늦었지만 생계를 꾸리는 건 그래도 괜찮으려나. (…이하 생략…) 아이를 잃은 후 한강 호수 가에 처음 나오니, 슬픈 마음 울컥하여 시를 지어 적어둔다 喪兒後初出湖上 悲悼殊甚 詩以志之 강변의 풀은 푸릇푸릇 제비는 날아오고 강 위의 바람은 살랑살랑 옷자락에 가득하네. 지난해 처음으로 서호 가는 길을 알았는데 누군가 말하겠지, 오늘은 눈물 흘리며 가더라고. 江草靑靑燕子飛 江風颯颯滿人衣 去年初識西湖路 誰道今朝掩淚歸 (제1수) ---「새벽 기러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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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펴지 못한 천재의 절창을 오늘 만나다
성대중은 『청성잡기(靑城雜記)』에서 당대(조선후기)의 세 천재로 심익운과 이가환(李家煥), 노긍(盧兢)을 꼽았다. 방계 5대조가 효종의 부마였던 심익현(沈益顯)이요 6대조는 영의정을 지낸 심지원(沈之源)이며 작은할아버지가 유명한 문인화가 심사정(沈師正)이었지만 심익운은 타고난 천재로서 뜻을 펴지 못하고 오직 시문으로 승화시킨 독특하고 개성적인 작품으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이룩했던 인물이다. 김동준 교수는 당나라의 문호 한유(韓愈)의 “사물이란 평정[平]을 얻지 못하면 울게[鳴] 된다.”는 말을 빌어 심익운의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선명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평즉명(不平則鳴)’에서 유래한 불평지명(不平之鳴)은 그래서 온몸으로 울어내는 소리를 의미한다. 한유의 입장에서 보자면 심익운 또한 심신 전체를 하나의 악기로 만든 시인이다. 달콤하고 화창한 일이 그를 울려 화평한 소리를 내게도 하였으나, 불평(不平)의 심연에서 올라온 절절한 음성이야말로 심익운의 선명(善鳴)이라 할 것이다. 『백일시집』을 통해 지산 심익운 문학의 정수를 만나다 현전하는 심익운의 문집 『백일집(百一集)』은 크게 『백일시집(百一詩集)』, 『백일문집(百一文集)』, 『백일년집(百一年集)』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백일년집(百一年集)』은 충북대 소장본 유일본으로서 경집(庚集: 庚寅年 1770년)과 신집(辛集: 辛卯 1771년) 2년 분량이 전하고 있다. 현재 이 시집은 『백일문집』과 짝을 이루어 충북대학교 도서관과 서울대 규장각 소장되어 있다. 김동준은 두 이본을 대비해 충북대본을 저본으로 삼되 규장각본과 대교하여 달라진 곳은 모두 각주로 표시하고 있다. 『백일시집』 수록 작품을 구별해보면 오언고시(五言古詩) 42제 54수, 칠언고시(七言古詩) 17제 17수, 가곡(歌曲) 15제 72수, 오언율시(五言律詩) 58제 91수, 칠언율시(七言律詩) 29제 30수, 오언절구(五言絶句) 13제 25수, 칠언절구(七言絶句) 12제 29수, 도합 186제 318수가 차례로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타 문집에 비해 오언고시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 특징적 현상이며, 악부(樂府) 계열의 작품을 따로 묶어 가곡(歌曲)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음도 인상적이다. 역자는 심익운의 『백일시집』 전체가 높은 수준의 작품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고시와 가곡 부분은 문학사적 가치를 겸비하였음을 철저한 번역 과정을 통해 밝히고 있다. 떨어지는 잎 하나가 내는 늦가을 소리를 만나다 한 잎 지는 소리에 찌르르 울어야 하는 풀벌레들이 가엽지만 그 울음은 출렁이는 느낌과 울림 곧 감명(感鳴)을 갖춘 소리이다. 심익운의 시들은 삶의 어딘가에 어둠과 차가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적 재능이 특출했으나 시고 쓰린 삶의 아이러니를 살다간 시인에게 울리는 감명의 결실은 그래서 가슴 아프지만 영롱하다. 작품에 담긴 은근한 자부심과 화해 속에서 역자인 김동준이 떨어지는 잎 하나가 내는 늦가을 소리에 끌렸다고 말한 것처럼 이 책을 펴든 독자 역시 “뜨락에 잎 하나 툭 떨어지자/침상 아래 온갖 풀벌레 서글퍼 하”는 작은 울림의 소중함에 끌리게 될 것이다. 희대의 재사(才士)였던 심익운의 음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가만히 지켜준 손길과 그 목소리를 오늘 우리 앞에 불러놓은 역자 김동준의 다정함이 고맙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