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 책의 그림을 맡았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땐 내 삶이 뿌연 안개 속에 있었고, 사람들에게 내 그림을 보인다는 건 두려움이었다. “내가 그릴 자격이 있을까?” 하지만 원고를 읽는 순간, 그 질문은 바뀌었다. ‘이 이야기를, 내가 전하고 싶다.’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은 한 사람에게 있어서 일반적인 경험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이 닥치게 되면 절망에 빠져 과거의 선택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스스로를 잃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경험과 끝없는 질문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 『눈사람 미역국』은 단순한 교도소 체험기가 아니다. 이 책은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법, 어떻게든 삶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는 법, 그리고 사람이 진심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이야기다.
나는 조직폭력배로 수십 년을 살면서 교도소에서만 15년을 살았다. 그 삶이 어떤지 그 안에서 어떤 마음들이 뒤엉키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교도소 안에서가 아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유튜브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제는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도 한다. 예전엔 `끝`이란 생각했던 시간들이 지금은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시 세워주는, 담장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다. 혹시 삶이 너무 힘들고, 자신을 포기하고 싶을 때, 바로 이 이야기를 펼쳐보라고. 여기에는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의 용기와 진심이 있다. 그리고 그 진심은, 분명히 당신에게 닿을 것이다.
지금 나는 확신한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변한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책 『눈사람 미역국』은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2025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