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37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면서도 먼 길을 떠나고, 뭔가 극적인 변화는 없을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다시 혼자가 될 줄 알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자신의 인생에 초청하면서, 다들 그렇게 용감하게 살아가나 보다. 인생에서 사람이, 물건이, 돈이, 경험이(그리고 도넛의 열량이) 더해 지는 날들이 있다면 또 빠져나가는 날들도 있을 것이 다(내일은 헬스 2시간 예약). 그 과정이 반복되어 결국에순이익은 0이 된다고 해도, 산 것과 살지 않은 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내겐, 산다는 게 여전히 아름답고 긍정적인 사건 같다.하물며 통계학에도 다른 종류의 0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데이터에는 다 똑같이 0이라고 나타나더라도 그게 다 똑같은 0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주에 맥주를 몇 병이나 마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두 사람이 모두 '0'이라고 대답했다고 하자. 데이터상에서는 두 사람의 대답은 똑같이 0이라고 나타난다. 하지만 한 사람은 평생 아예 맥주를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원래 맥주를 너무 좋아하지만 체중감량을 위해 가까스로 참아낸 사람이라고 할 때, 그 두 0을 다르게 취급하는 테크닉이 있다. 하물며 컴퓨터도 코딩 한두 줄만 보태면 그 둘을 분간해내는데, 어찌 이 다양한 사람들이 비슷하게 산다고 해서 그저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할 수 있으리.힘든 날이 있더라도, 또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지라도, 더 먼 길을 가보고 더 많은 사람을 내 삶에 초청하고, 또 더 많은 헛된 시도를 하면서. 앞으로의 남은 날들도 그렇게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