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나만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책을 읽으며 몇 번씩 얼굴이 화끈거렸다. 몰래 품고 있던 마음들이 너무 선명한 활자로 인쇄되어 있어서다. 우리는 내가 아닌 나를 욕망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혹은 그렇게 보이게 할 거라) 애써 종용한다. 욕망이란 말로 거창하게 포장했으나 그것들은 대체로 아주 작고, 원초적이고, 귀여운 욕심에 가깝다. 이를테면 “김정현 옷 잘 입는다고 동네방네 소문났으면 좋겠다”처럼, 솔직해 마지않은 작가의 고백처럼 말이다.
작가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얼마나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낌없이 애정을 쏟을 줄 알고, 팬이 될 줄 알고, 동경할 줄 알고, 질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솔직하다. 그래서 ‘홍대병 걸린 젊은이’가 서른을 목전에 두고 써내린 이 기록은 귀하고 사랑스럽다. 10년 후에는 어떤 책을 내줄지 벌써 기대될 만큼.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어떤 취향으로 변했을까?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품고 있겠지. 나다운 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