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와이키키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집에 살았었다. 하와이에서 산다면 서핑은 삶의 일부가 된다. 보드를 등에 이고 바다로 나간 첫날, 파도를 온몸으로 맞이했다. 첫 느낌은 단순했다. ‘파도는 힘이 세다.’ 선생님은 파도에 휘말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부터 가르쳐주었다. 작은 파도는 몸으로 넘고, 큰 파도는 수면 아래로 숨는 것. 그게 파도에 몸을 맡기는 첫걸음이었다.
조금씩 파도를 헤치고 먼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보드 위에 앉아 하염없이 파도를 바라보았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지만, 같은 파도는 없었다. 모양도, 색도, 밀려드는 소리도. 나는 과학자고, 파도가 단순한 물의 이동이 아니라 바람에서 비롯된 에너지의 전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파도는 늘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로 다가왔다. 기세 좋게 밀려오다가도 어느 순간 갑작스레 꺾이고 부서졌으며 사라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타났다. 어떤 파도는 넘기 쉬웠고 어떤 파도는 나를 삼킬 듯 거셌다. 그러나 결국 모든 파도는 지나간다. 그리고 또 다른 파도가 온다.
파도를 경험하고 나서야 파도가 궁금해졌다. 개빈 프레터피니의 《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는 그 궁금함에 과학의 언어와 시의 감각을 동시에 건네는 보기 드문 책이다. 파도의 탄생과 성장, 노년과 쇄파의 순간까지 이 책은 단순한 자연현상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다. 바다를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파도에 휩쓸리는 대신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