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을 잘 요리한 깊이 있는 시
김승하 시인과 나의 인연은 40년 가까이 된다. 내가 30대 초반에 강릉대학교(지금의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문학 동아리 [미르월]의 지도교수를 맡게 되었고, 김 시인은 그 동아리 멤버였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때 동아리 멤버들은 상당히 문학 활동에 열성이었는데, 주로 시를 창작하였고 그 수준이 기성 시인에 못지않을 정도였다. 몇 명은 시인으로 등단하여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김 시인도 나의 관심을 끈 학생 중의 하나였다. 아직도 나는 그가 오래 전에 발표한 2편의 「도봉산 뻐꾸기」 연작시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 시들은 토속적 情恨이 밑바탕에 흐르면서 격조 있는 詩性을 유지한 가작이었다. 그때 나는 그에게 격려와 더불어 줄곧 시 창작에 매진하여 등단할 것을 주문한 것 같다. 그리고 머지않아 어느 문학잡지에 추천을 받으려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시를 짓는 것만으로는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터이라 그는 졸업 후 취업 준비에 매진하여 중소기업체에 입사했던 것 같고, 38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첫 시집을 상재하게 되었다.
이런 사연이 있는 터라 이 시집의 발문을 부탁 받은 나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도 내년이면 육십의 나이에 접어든다. 늦깎이 시인으로도 늦은 편이다. 그러나 사실 나이가 문제는 아니다. 일본의 시바타 도요라는 할머니는 구십팔 세에 첫 시집을 내기도 했지 않은가. 아마 그가 등단이나 시집 출판에 욕심을 냈더라면 벌써 냈을지 모른다. 그는 차분히 제대로 된 시인이 되기 위한 내공을 쌓은 것 같다. 이번 시집의 시들을 통독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이 시집에는 詩才가 번뜩이는 시들이 한두 편이 아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가 50대 중반에 회사원을 그만두고 요리사의 과정을 밟아 조리장으로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쁨과 보람과 긍지를 갖고 곳곳에서 잠재된 요리사의 재질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음식을 잘 요리하는 것처럼 그의 詩想을 잘 요리하여 앞으로도 계속 깊이 있는 시들을 만들어 내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심으로 김승하 시인의 첫 시집 상재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