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품 세계는 일상의 틈에서 스며드는 폭력과 그에 맞서는 개인의 내면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그려낸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환상적이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문체는 독자에게 깊은 궁금증과 여운을 남긴다. 「더미」에서는 강에서 익사한 언니의 시신을 묘사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수초에 발이 감겨 떠내려가지 않은, 주검이 쉽게 발견되지 않은 까닭은, 물살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수초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는 문장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기묘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 작가 특유의 감각이 빛난다. 일상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침묵의 저항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이 소설집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