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선 시의 언어는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건너가는 말들로 나타난다. 간극을 넘어가는 움직임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내는 시의 말들은, 끊어진 것들 사이를 서로 잇는다.
우리는 송미선의 시에서 한 삶이 끝나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변전하여 새로운 힘을 구가하며 ‘다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자들과 만나게 된다. 그러한 존재자들의 모습을 전하며 시인은 ‘단절’의 상황 가운데에서도 다시 이루어질 ‘이어짐’을 노래하며 긍정한다.
김정수의 시는 존재하는 것들의 ‘사이’를 찾아 부단히 움직이는 일을 인간의 몫으로 삼는다. 우리의 바퀴가 굴러가는 그 사이의 장소와 시간에서, “꿈의 빈 곳을 채우는”(「그라피티」) 노래를 부름으로써, 우리를 ‘인연의 먼 곳’까지 안내한다. 시인의 노래가 이끄는 그 먼 곳에서 우리는 우리를 가르는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망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