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껴안는 기분』 속 인간과 비인간의 눈은 우주처럼 깊고 별처럼 빛난다. 그 눈동자를 지닌 존재가 금빛 여우인지, 외계 행성에서 온 우주 난민인지, 멸종 위기 동물인지, 그 어떤 모습을 한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개의치 않는 태도가 무척이나 산뜻하다. 우정의 시작에 조건은 필요 없다. 단지 서로를 향해 눈을 마주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야기는 서로의 까맣고 아득한 눈동자를 마주 보는 순간으로부터 비롯한다. 이들은 얼음으로 뒤덮이고 비가 그치지 않고 더 이상 벚꽃잎이 흩날리지 않는 혹독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도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들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끝끝내 손에 쥐고 놓지 않는 존재를 기어코 살린다.
외로움을 견디면서도 관계보다 손쉬운 단절을 선택하는 세상에서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손을 포개고, 등을 쓰다듬고, 목을 그러안는 이들을 보며 껴안고 싶은 친구들의 얼굴이 뜨거운 여름의 살구처럼 주렁주렁 열린다. 우정의 가능성은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최상희의 소설에서는 디스토피아마저 순하고 다정하다. 그러나 결코 대책 없는 다정함이 아니다. 이 순하고 다정한 인물들은 가만 앉아 다음을 기다리는 법이 없다. 짙은 어둠 속에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길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다. 이들이 새긴 발자국을 북극성 삼아 우리 앞에 이어질 길을 상상해 볼 때다. 쭉 뻗은 우리의 두 팔이 어디까지 닿을지, 그 안의 품이 얼마나 넉넉해질지를 말이다. 이제 우리가 기꺼이 우주를 껴안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