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연구실로 독자를 올바르게 인도해주는 책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과 가치는 러시아어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의 양 자체보다는 고대슬라브어와 언어철학의 권위자인 저자가 현대 언어학의 이론적 개념을 실제 자료 분석에 적용하면서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독자들이 이를 직접 목격할 수 있도록 서술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기존의 다른 학술서들과 차별성을 가지는데, 그 핵심은 언어와 말의 관계, 음소에 대한 학설, 단어의 의미 변화와 음운 구조의 역사적 변동, 교회슬라브어와 고대러시아어의 문법 체계, 사회적 방언에서 현대러시아어에 이르기까지 단어의 어원과 의미 변화의 과정 등, 흥미로운 주제로 저자 특유의 유머 감각과 학문적 은유법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언어적 탐구의 지적 놀이에 몰입하게 하는 데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은 독자의 시야를 넓히고, 연상적 사고와 언어 감각을 키우며, 세밀한 관찰력과 논리력을 기르는데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순히 흥미로운 언어적 사실들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연구 분야에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언어 발전의 내적 법칙성이 작동되는 ‘언어학 연구실’로 독자가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고대슬라브어와 언어철학의 권위자인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러시아어 역사에 대한 21개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러시아어 역사적 문법의 세부 사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조차도 자연스럽게 현대 노어학의 이론적 기초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저자와 역자의 관계처럼 추천사를 쓰는 필자도 석박사 과정의 지도교수로서 콜리소프 교수님을 사사하면서 겪은 많은 추억과 국내 귀국 이후에 자주 연락드리지도 못한 회한이 갑자기 넘쳐나서 아주 복잡한 상념에 젖어서 이 글을 쓴다. 평소에 자주 하시던 말씀처럼 “우리가 언어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우리 안에서 산다”는 명제대로 함께 읽고 토론하고 상의하던 우리의 공통 관심 사항이자 사랑의 대상인 러시아어가 우리 안에서 영원히 살아있음을 느끼며 충실한 한국의 제자가 콜리소프 학풍의 일단이나마 올바르게 전달하려고 애쓴 결과인 이 역서는 국내외 러시아어학 및 문화 연구자들에게도 큰 울림과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콜리소프 교수님이 본향으로 돌아가신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제자로서 입은 큰 은혜를 감사히 여기며 흔쾌히 본 역서의 일독을 통하여 한국의 대중들도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러시아어의 맛과 멋을 느껴보기를 적극 추천하며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