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앞이 아닌 뒤에 있다.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거기 사람, 사람들이 있다. 삶의 한 지점에서 흐르기 시작한 인연은 멈추었거나 여전히 흐르고 있다. 어느 한 지점에서 헤어져 서로 다른 흐름을 이어가거나 다시 합수하기도 한다. 한데 걸어본 적 없는 ‘길’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 질문의 끝에는 책이 있다. 직장에 다닐 때, 책 만드는 일을 오래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산티아고 순례길』 안내서다. 한 여행사의 의뢰로 제작한 안내서에 공을 많이 들였다. 원고를 다듬고, 편집하고, 코스별 지도와 사진을 넣어 알아보기 쉽게 제작했다. 순례길을 걸으며 휴대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가벼운 용지로 만들었다. 그 책을 만든 지 몇 년 후, 삶의 갈림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모계 혈통의 인연만으로도 반가웠고, 흐름은 살가웠다. 그 완만하고도 살가운 흐름만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 시인이 시집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정성스럽게 쓴 원고를 보내왔다. 길 위에서의 경험과 사유를 담은 짧은 글들은 팍팍한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길 저 뒤에 있던 그리움과 추억을 불러왔다. 마지막 글을 읽었을 때, 아직도 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걷고 싶은, 언젠가는 걸어야 할 길. 그 길을 걷는 마음으로 축하의 마음과 한층 깊어진 영혼의 시편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