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에는 멋진 황금 유물이 많다. 금관, 금귀걸이, 금그릇까지!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물은 황금보검이다. 5~6세기에 제작된 이 보검은 작은 금 구슬로 장식하고 붉은 보석을 새겨 넣은 화려한 검이다. 꼭 옛이야기 속 페르시아 왕자가 차고 있을 것 같다. 이 유물은 놀랍게도 신라에서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유물의 모양은 동유럽 국가의 유물과 비슷했고 장식 기술은 고대 로마의 방법이었다. 황금보검이 정말 동유럽 어딘가에서 만들어졌다면 어떤 경위로 대륙 동쪽 끝 신라에 묻혔는지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기 황금보검을 닮은 소녀가 있다.
야나는 소그드인 아버지와 신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소녀다. 오늘날로 말하면 이주배경 어린이인 셈이다. 야나는 거침없다. 스마트폰도, 보호자도 없는데 아버지를 찾으러 당나라로 가는 배에 탄다. 끝없는 사막과 낯선 문화도 야나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야나는 “망할 자식!”이라고 소리 지를 줄 안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도,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져도 물러서지 않는다. ‘누구든 날 건드리면 송곳니로 콱 물어’주겠다고 벼른다. 미지(未知)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다른 세상을 받아들이는 유연함. 황금보검은 야나를 닮은 어떤 이의 손에 들려 이곳에 도착한 건 아닐까. 나는 야나에게서 황금보검을, 황금보검에서 야나를,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닿은 반짝임을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읽는 어린이 독자분들의 두 눈에 황금보검과 야나의 반짝임이 깃들길, 그리하여 각자 자신만의 비단길을 향해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