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훈의 시는 우리의 투명한 부끄러움 곁에, 부끄러움이 밀어내고 지우려 했던 타자들의 목소리 곁에 선다. 세상의 모든 희미해져 가는 것들의 곁에서 그들을 대신해 묵묵히 노래하고 증언한다. 잊어야 할 것들,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결코 묵과하지 않으면서. 희미해진다는 것은 더 많은 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기에 이 노래가 끊기지 않는 한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무엇도 희미해지지 않을 것이다.
김은우의 시집은 매혹의 순간들에 대한 뼈아픈 이별의 노래다. 살갗 깊숙이 파고들어 제 문장이 품은 열로 읽는 이의 말과 몸을 뜨겁게 데운다. 가끔은 물집이 잡히기도 하겠지만 그 물집이 잉태해 낼 어둡고 비릿한, 그러나 한없이 예리한 매혹에의 예감이 단 한 순간만이라도 선명한 의미로 존재하고 싶었던 모든 생들에게 마지막 열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이 불가해한 참혹은 우리 현실 속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오롯이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