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순 시인의 시는 삶의 한복판에서 길어 올린 감각적 수채화이자, 몸에 새겨진 계절의 흔적을 담아내는 생생한 필름이다. 시인이고 화가이며 영화감독으로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창작의 영역을 넓혀 온 그녀를, 주변 사람들은 ‘고3’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녀는 일평생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고3 수험생 같은 뜨거운 집중력과 성실함으로 삶과 예술에 몰두해 왔다.
시인의 언어는 “엄마의 안에서부터 삭아가는 노른자”처럼 서정의 아픈 기저음을 눅진하게 품으면서도, 화선지 위로 쏟아지는 붓끝의 붉은 봉오리처럼 강렬하고 생생한 이미지를 피워낸다. 그녀의 시에는 발효된 삶의 항아리 속 깊이 가라앉은 시간을 건져 올리듯, 생의 마디마다 빼곡하게 박힌 통점들을 재치 있는 시어로 길어 올린다.
자신의 고통과 상처마저 뜨겁게 사랑하고 긍정하는 니체의 운명애(Amor Fati)처럼, 시인은 ‘그냥 그대로’ 피고 지는 서러운 계절과 삶의 그늘까지도 담담하게 껴안아 시로 풀어낸다. 회화와 영화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그녀의 시는 독자의 가슴속에 진한 울림을 준다. 굳은 땅을 뚫고 피어나는 섬세한 생의 붓질 소리가 바로 여기, 윤현순 시인의 시 속에 아롱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