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네의 제비꽃 여인〉에서 마네는 베르트 모리조에게 한편의 작은 액자 그림으로 못 다한 말을 다한다. 이운진 시인의 시에는 편편마다 그 간절함이 마치 화선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연둣빛처럼 숨쉬고 있다. “수인(囚人)이었으며 사랑이 던져버린 돌멩이” 하나로 시인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온 것일까. 언제부턴가 낭만과 함께 절실함이 사라진 한국의 시단에 그가 혼잣몸으로 노래하는 간절함은 시적 청명과 순수를 소환하는 부활의 메시지로 그만의 소중한 자산이다. 나는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마치 베르트 모리조의 숨은 화폭을 마주하는 듯한 벅찬 숨결을 느낀다. 그의 시는 행간의 침묵, 생략된 부호 하나조차도 절실함으로 무장된 숨가쁜 은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