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그는 이미 탁월한 시인이었다. 각종 백일장에 참가해 상을 휩쓸고 다녔다. 그 시절 이제 막 시를 접하기 시작한 우리는 노트 속에 가득한 그의 시를 볼 때마다 놀랍고 빛나는 재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그는 항상 우리를 이끌고 다니는 리더이기도 했다. 광주 5·18을 겪고 난 1981년 겨울, 광주 시내 원각사란 절을 축으로 인연을 맺게 된 ‘쇠스랑’ 문학 동인의 시화전을 열 때에나, 문학으로서 거대한 세상에 맞서고자 했던 ‘광주청년문학회’ 시절에도 그는 생명력 넘치는 문학의 세계를 앞서 보여 주곤 했다. 시집 『칠산바다』에는 그때의 ‘서투른 사랑’으로 아파하면서 함께 울고 웃던 청춘의 시절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시편들이 펼쳐져 있다. 그리하여 그의 ‘저 홀로 피었다 지는 붉은 꽃’처럼 쓸쓸하고도 적막한 아름다움은 그동안 잠들어 있던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마침내 메마른 이 세상에 촉촉한 그리움을 선사한다.